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을 두고 유럽 사회에서 반발이 거세다. 덴마크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이 힘의 논리로 국제질서를 흔든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그러나 감정적 반발에 앞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그린란드의 안보 공백을 누가 책임져 왔으며, 앞으로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그린란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중·러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북극 항로의 개방, 희토류를 포함한 막대한 자원, 미사일 조기경보 체계와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그린란드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덴마크는 형식적 주권을 유지해 왔을 뿐, 실질적인 군사·안보 역량을 충분히 투입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토 동맹 차원에서 보더라도 문제는 명확하다. 미국은 수십 년간 유럽 안보의 핵심 부담을 떠안아 왔고, 그린란드 역시 사실상 미군 기지와 방어 체계에 의존해 왔다. 덴마크가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에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제는 완수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제국주의적 야욕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물론 영토 병합이라는 표현은 유럽의 역사적
최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검사가 사형을 구형한 것을 두고, 국민 10명 중 6명이 “적절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결과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헌정 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사형 구형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58%를 넘었다는 점은 전례 없는 결과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과 사형이라는 최고형이 맞물린 사안임에도, 다수의 국민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형 구형을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정치적 진영 논리를 넘어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정 수준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단 이와 동시에 사형제 존폐 문제는 여전히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과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 나라현 호류지를 함께 시찰한 장면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백제의 영향을 받아 고대부터 이어져 온 한·일 문화 교류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며 두 정상이 친선을 나눈 것은, 양국 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호류지는 일본 불교문화의 출발점이자,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 교류의 깊이를 증명하는 공간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이곳에서 악수를 나누고,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 모습은 외교적 수사보다 더 직관적으로 관계의 온도를 보여준다. 특히 일본 측이 일반 공개되지 않는 금당벽화 원본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 방문에 담긴 의미를 분명히 한다. 상대국 정상에 대한 예우이자, 과거를 넘어 미래를 함께 바라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양국 정상은 짧은 일정 동안 세 차례나 악수를 나눴다. 형식적인 의전 이상의 장면이었다. 정치·외교 현안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국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역사 인식과 국익이라는 무거운 과제 속에서도, 신뢰와 존중이 외교의 출발점임을 보여준 순간이다. 물론 상징적 장면만으로 한·일 관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과거사, 안보, 경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결국 현실이 됐다. 노사 간 임금 협상이 끝내 결렬되며 시민들의 출근길과 일상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지만, 이는 근본 해법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파업을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고, 시민의 발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시내버스는 서울 교통체계의 중추다. 지하철 증편과 셔틀버스 운행으로 일정 부분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버스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 교통약자의 이동 제한,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시간 손실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노조의 권익 주장과 처우 개선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노동 조건 개선은 정당한 권리이며, 교섭을 통해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교통 서비스의 특성상, 파업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이미 시민 불편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추가 협상 일정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현재의 교착 상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측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주장만으로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모두 덜 수 없다. 노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최소 538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시민의 항의에 대한 국가의 응답은 대화가 아니라 총탄이었고, 비판에 대한 해법은 개혁이 아니라 인터넷 차단이었다. 이는 단지 한 권위주의 국가의 비극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부재한 사회가 어떤 결말로 향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위의 발단은 경제난이었다. 통화 가치 폭락과 생계 위기에 몰린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권력이 선거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않고, 시민의 동의가 아닌 강압으로 유지될 때, 불만은 언제나 ‘치안 문제’로 치환된다. 이란 당국이 선택한 무차별 진압은 자유로운 정치적 경쟁과 권력 교체의 통로가 막힌 사회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대응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단순히 선거를 치르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이 시민으로부터 나오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 시민이 비판하고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데 있다.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폭력적 붕괴를 막는 ‘안전밸브’다. 이란에서 그 안전밸브는 오래전에 제거됐다. 팔레비 왕세자의 귀국 가능성 발언은 체제 전환의 해법이 될 수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이 파행 끝에 연기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장시간 서류증거 조사로 핵심 절차가 지연됐고, 결국 구형과 최후진술은 추가 기일로 넘어갔다. 헌정질서를 뒤흔든 사건의 마지막 절차가 흐트러진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정당은 침묵을 택했다. 윤석열 정부를 배출한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심 공판 지연과 관련해 공식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대응 미숙이 아니라 의도된 침묵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이 구형됐을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같은 태도를 보였다. 현안에는 수시로 논평을 내던 정당이, 전직 대통령의 중형 구형과 내란 재판이라는 중대 사안 앞에서는 입을 닫았다. 책임정당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매인 집단의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침묵이 최근 장동혁 대표의 ‘사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계엄을 옹호해 온 인사들의 당내 활동은 제지되지 않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도 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 사례를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강경한 이민 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트럼프 대통령이 고숙련 외국 인력의 필요성을 분명히 언급하며 기존 기조와 다른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소회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경쟁 속에서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과 생산시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일부 전문가를 동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터리 제조와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숙련된 기술 인력이 초기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가 곧 ‘미국 고립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발언은 한미 경제 협력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 이전과 인력 교류가 전제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당명 개정과 청년·전문가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쇄신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가 과연 국민에게 ‘변화의 신호’로 읽힐지는 의문이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포장 방식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책임의 실체가 바뀌었느냐는 점이다.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단순한 판단 착오나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여당은 견제하지 않았고, 침묵하거나 동조했다. 그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라는 표현으로 사과를 갈음하고, 곧바로 당명 변경과 청년 확대를 쇄신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모습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세대 비율 조정이나 간판 교체가 아니라, 권력을 휘둘렀던 구조 자체에 대한 해체와 책임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권력의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당과 국정을 왜곡시킨 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당 안에서 자유롭다.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거나 스스로 물러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계엄을 둘러싼 판단과 대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왜 제동을 걸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과 검증도 없다. 쇄신을 말
강선우 현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점점 본질로 향하고 있다. 쟁점은 더 이상 한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공천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다. 야권이 이번 사안을 ‘개인 비위’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은 여전히 안이하다. 탈당과 선 긋기로 사태를 정리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단수 공천이 이뤄졌고, 이후 관련 인사들이 의원직이나 당직을 유지한 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 정치에서 탈당은 책임의 종착지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당 이전에 국민의 대표이며, 공천 비리 의혹은 개인의 거취 정리로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김경 서울시의원의 해외 출국,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책임 회피 논란은 의문을 증폭시킨다. 사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문제지만, 의혹이 제기된 국면에서 보여준 태도는 결코 책임 정치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민주당이 스스로 공정과 개혁을 말해온 집권 여당이라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앞두고 5일 진성준 의원이 내놓은 메시지는 분명했다. “짧고 굵게 해내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선거 구호가 아니라,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정확히 꿰뚫은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국정의 동반자이자 견인차로서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윤리 문제, 정책 조율 과정의 혼선, 민생 입법의 지체는 국민에게 불안과 피로감을 줬다. 진성준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윤리의식의 재정립’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윤리특위 즉각 가동, 공직윤리 현장교육 의무화, 공직윤리신고센터 설치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한 점은 문제의식이 구호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진성준 의원이 ‘토론하는 당’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디베이트 의원총회 도입, 당정 협의의 정례화, 당원 참여 확대 등은 그가 정책위원회 의장 시절 실제로 제도화해 성과를 냈던 방식이다.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론이 나면 일사불란하게 집행하는 정치, 이는 다수당이자 집권여당에 요구되는 성숙한 운영 방식이다. 민생과 개혁을 병행하겠다는 구상 또한 분명하다. 내란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