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청년 확대·당명 변경이 쇄신인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당명 개정과 청년·전문가 중심 정당으로의 변화를 쇄신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가 과연 국민에게 ‘변화의 신호’로 읽힐지는 의문이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포장 방식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책임의 실체가 바뀌었느냐는 점이다.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단순한 판단 착오나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여당은 견제하지 않았고, 침묵하거나 동조했다. 그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라는 표현으로 사과를 갈음하고, 곧바로 당명 변경과 청년 확대를 쇄신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모습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세대 비율 조정이나 간판 교체가 아니라, 권력을 휘둘렀던 구조 자체에 대한 해체와 책임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권력의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당과 국정을 왜곡시킨 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당 안에서 자유롭다.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거나 스스로 물러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계엄을 둘러싼 판단과 대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왜 제동을 걸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과 검증도 없다. 쇄신을 말하면서도, 정작 쇄신의 대상은 건드리지 않는 셈이다.

 

당내 영남 패권 구조 역시 여전하다. 당의 주요 의사결정과 공천, 지도부 구성에서 특정 지역과 계파가 독점해온 영향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을 앞세운 외연 확장은 장식에 가깝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얼굴만 바꾸는 쇄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젊은 정치인을 데려온다고 해서 낡은 권력 질서가 자동으로 해체되지는 않는다.

 

당명 변경 또한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이름을 바꿔왔다. 그러나 이름이 바뀔 때마다 정치 문화와 책임 정치가 함께 달라졌는지에 대해 국민은 회의적이다. 간판을 바꾸는 일은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선택이기도 하다. ‘새 출발’이라는 말이 반복될수록, 진짜 변화가 없었다는 기억만 더 선명해진다.

 

진정한 쇄신은 불편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계엄 사태에 대해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왜 당시 여당은 헌정 질서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 권력에 가까웠던 인사들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친윤 계파 청산, 지역 패권 해소, 공천 구조 개혁 없이 외치는 쇄신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

 

국민은 더 이상 ‘선언’을 믿지 않는다. 쇄신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형식이 아니라 구조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달라지고 싶다면, 청년을 앞세우기 전에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쇄신 역시 또 하나의 정치적 연출로 기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