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앞뒤에서 지킨 대한민국의 역사, 4명의 역대 대통령 경호”

“대통령의 곁 3미터, 단 한 순간도 긴장 놓을 수 없어”

 

 

시사1 신옥 기자 |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노태우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이가 있다. 총성과 암살 시도, 국민들의 환호 속에서, 그리고 조용한 집무실 복도 끝에서, 그는 국가의 심장을 지켜냈다. 대한민국 4명의 대통령을 경호해온 경호관과 인터뷰를 가졌다.

 

『단 한 번의 그 순간』 김병수 저자 인터뷰 Q&A

 

Q1. 경호원이 되신 계기와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다섯 살 때 6.25 전쟁으로 피난길에 올라 아비규환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권유로 태권도와 킥복싱 등을 배우며 선수 생활을 했고, 군 복무 중 AIU 첩보부대, 00사단, 태권도 교육대 교관으로 복무했습니다. 20대 초반 대통령 경호실 공채에 지원해 합격하며 대통령 경호원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2. 당시 경호관 선발 과정과 교육은 어땠나요?

 

A. 대한태권도협회에서 시·도 협회별로 우수 유단자들의 이력서를 받는다는 공문이 내려와 지원했습니다. 청와대 별관에서 200여 명이 필기시험, 체력 테스트, 운동 실기를 치렀고, 10일 뒤 20여 명만이 실기를 통과해 최종 테스트에 올랐습니다. 그중 10명이 최종 합격했으며, 경호 일반학, 의전, 경호 정신 자세 교육, 극기 훈련, UDT·특공 훈련 등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경호관으로서의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Q3. 경호 중 겪었던 큰 사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A.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10.26 박정희 대통령 피격 사건, 미얀마 아웅산 폭파 사건 등을 겪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유해가 청와대로 돌아왔을 때 시트 밑으로 떨어진 대통령의 한쪽 팔을 공손히 붙잡아 드리며 “그동안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이 박 대통령과의 마지막 작별 악수였습니다.

 

Q4. 경호원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대통령님께서 무사히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웃고 대화하실 때였습니다.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는데, 국민들의 웃음 속에 우리의 수고도 담겨 있다고 느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5. 경호원을 꿈꾸는 이들과 후배 경호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경호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과 경호 대상을 지킬 수 있는 운동 능력입니다. 여기에 예리한 판단력과 민첩성을 더해야 하며, 항상 긴장된 상태로 경호 대상과 주변 환경을 관찰해 돌발 상황에서도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호는 기술보다 마음이 중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 그리고 국민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끝까지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Q6. 은퇴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현재 세계태권도 무덕관 연맹 부총재, 킥복싱 원로회 상임고문, 독도문화협회 상임고문, 대한노인 중앙회 자문위원, 임마누엘교회 시무장로로 활동 중입니다. 청와대에서 십 수 년간 대통령 곁을 지키며 권력과 재물, 세상의 정상들을 보았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한 이후 그것이 허상임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권력의 경호가 아닌 복음을 전하는 영적 지도자를 지키는 경호를 하며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Q7. ‘단 한 번의 그 순간’이라는 책 제목은 어떤 의미이며,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경호는 한 번의 방심이 목숨을 잃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수많은 순간이 있지만, 위기의 단 한 순간을 잘 넘겨야 모두가 살고 나라가 지켜집니다. 경호원의 일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며, 동시에 자신의 정신력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단 한 번의 그 순간』을 통해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경호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87.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단 한 번의 그 순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여러분 각자의 자리에서도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