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용기, 즐기는 권리, 축제는 삶이다”

 

봄이 오고, 바람이 다정해지면 도시와 마을 곳곳이 축제로 기지개를 켠다. 하늘 아래 펼쳐진 무대, 꽃이 피고, 동네가 들썩인다. 색과 소리가 피어오르면 사람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야외로 향한다. 이제 곧, 지역마다 고유의 색을 입고 세계인들과 함께 걷는 문화의 길이 열린다.

 

우리는 참 멋진 문화를 가진 나라다. 우리의 축제는 아름답고, 지역 정체성을 담은 테마성을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다. 해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연출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K-컬처의 세계적 인기와 함께 글로벌 문화관광 자원으로 성장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축제는 많은 이들에게 '멀리서 구경하는 풍경'일 뿐이다. 전 국민이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분명한 한계와 단절이 존재한다. 관람은 많지만 참여는 적고, 기획자는 있어도 시민의 목소리는 작다. 화려한 무대 뒤편, 여전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있다.

 

30년 가까이 축제를 기획하고 연출해 온 필자의 눈에 한국 축제의 가장 큰 아쉬움은 ‘함께’가 빠진 퍼즐이다. 축제가 일상과 분리된 ‘특별한 이벤트’로만 소비될 때, 문화는 삶이 아니라 그저 ‘잠시 스쳐 보는 볼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세계 곳곳에는 ‘함께의 힘’을 보여주는 축제들이 있다. 브라질의 ‘카니발’은 전 국민이 거리로 나와 춤추고 노래하며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된다. “몽골의 ‘나담’ 축제는 삶과 문화, 공동체 자부심이 살아 숨 쉬는 전통 스포츠 중심의 국민축제이자 국가 최대의 행사다.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처럼 참여자가 중심이 되어 지역 공동체와 문화적 정체성을 경험하는 축제도 많다. 이들 축제의 공통점은 바로, ‘관객이 곧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도 축제는 ‘전 국민의 쉼’이며, ‘공동체의 약속’이고, ‘모두의 날’이다. 도시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일상을 멈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거리로 나와 춤추고 노래하며, 진짜 ‘함께’를 만든다. 그들은 안다. 삶이 힘들수록 더 많이, 더 깊이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기쁨을 나누는 것이 곧 생존의 힘이며, ‘잠시 멈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제 우리도 ‘멈춤의 미학’을 ‘실천의 미학’으로 바꿔야 한다. 축제는 무대가 아니다. 축제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기획자이고, 주인공이어야 한다. 웃고, 춤추고, 감탄하고, 감동하며, 공감이 공유될 때 축제는 비로소 공동체가 되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이제 축제 참여를 ‘국민의 권리’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관람 중심에서 체험·참여형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직장과 학교, 일상 속에서도 ‘문화휴식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기획부터 실행까지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확장되어야 하며, 문화 소외계층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적 접근 또한 절실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의 무대를 만들고, 일로 가득한 삶 속에 예술이라는 숨을 틔우는, 국민 ‘멈춤의 용기’가 필요하다.

 

즐길 자격은 특별한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잠시 멈추고 기뻐할 권리가 있으며, 함께 기뻐할 때 우리의 문화는 더 건강하게 숨 쉰다.

 

축제는 누군가를 위한 행사가 아니다. 축제는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삶을 멈추고, 나를 찾고, 함께 즐겨라. 축제는 모두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잠시 멈춰야 할 때다. 조금 늦은 퇴근, 미뤄둔 할 일들, 익숙한 바쁨에서 벗어나 박수 치고, 손을 흔들고, 마음을 켜는 여유에 동참해 보자. 축제는 국민이 만드는 시간이며, 당신의 삶도 축제가 되어야 한다.

 

“멈추고, 웃고, 연결하라. 축제는 삶을 닮아야 한다.” “일상은 OFF, 인생은 ON!” “우리가 멈추면, 문화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