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팔고, 기관은 샀다…‘ETF 효과’로 달아오른 코스닥

시사1 김기봉 기자 | 코스닥 시장이 4년 만에 지수 1000선을 회복한 가운데, 지난달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표면적으로는 ‘기관의 대규모 베팅’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ETF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에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관은 코스닥 시장에서 10조1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로, 종전 기록인 2021년 12월(1조4537억 원)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규모다. 더욱이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 순매수의 주역은 금융투자 부문이었다. 금융투자는 한 달간 10조9150억 원을 사들였고, 연기금 등은 1430억 원 순매수에 그쳤다. 이 같은 쏠림 현상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기관의 적극적인 액티브 매수’라기보다 개인의 ETF 매수가 통계에 반영된 구조적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개인이 코스닥 ETF를 매수하면,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ETF 설정을 위해 기초지수 구성 종목을 현물 시장에서 사들이게 된다. 이 물량이 금융투자 매수로 집계되면서 기관 순매수 규모가 급증한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의 순매수에는 개인투자자의 ETF 자금 유입이 함께 반영돼 있다”며 “이는 개인 자금이 직접 종목이 아닌 ETF를 통해 시장에 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의 ETF 매수 열기는 이례적이었다. 지난달 26일 개인은 ‘KODEX 코스닥150 ETF’를 하루 만에 5952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코스닥 ETF 수익률이 급등하자 레버리지 ETF 매수를 위한 사전교육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개인의 ‘ETF 폭풍 매수’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의 투자 행태가 ETF와 개별 종목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개인은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서 9조267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특히 이차전지 관련주에서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섰다. 에코프로는 1조1350억원, 에코프로비엠은 7650억원어치가 각각 순매도 상위에 올랐다. 지수 상승 기대는 유지하되, 특정 업종·종목에 대한 부담은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개인이 개별 종목을 팔고 ETF를 사들이는 동안 시장의 ‘손바뀜’은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주식 회전율은 46.96%로,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크게 활성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증권가에서는 정부 정책 기대감과 개인 자금의 ETF 유입이 이어질 경우 코스닥 지수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수 상승의 동력이 개별 기업의 실적 개선보다는 수급과 기대감에 기반해 있는 만큼,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닥의 ‘1000 시대’가 추세적 상승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ETF 중심의 단기 과열 국면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수급 흐름과 정책 실행력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