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열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토론회는, 우리 의료체계가 직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간병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제도의 낮은 수가와 획일적 인력 기준, 과도한 행정 부담 때문에 현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간협과 전문가들은 이를 국가가 책임지는 핵심 의료 인프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5년 도입 이후 환자 안전사고 감소와 높은 만족도라는 성과를 냈지만, 참여 병상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인건비 보전 문제와 과도한 행정 업무로 지속적인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중증도와 간호 요구도에 맞춘 인력 배치와, 현실적인 수가 체계 도입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돌봄 체계를 책임지는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자, 장기적으로 의료 질과 인력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수가 개선, 맞춤형 인력 배치, 숙련 간호사 양성 등의 방안을 현실화해야 한다. 간협이 강조한 ‘국가 책임 돌봄’의 필요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연이어 개인정보 유출과 고객 자산 피해 사건이 발생하며 금융권 내부 통제와 보안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23일 가맹점 대표자 19만2000명의 개인정보가 내부 직원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 등 신용정보는 유출되지 않았지만, 회사 측은 관련 직원 문책과 내부 보안 체계 재점검,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보상을 약속했다. 앞서 2021년 8월에도 신한은행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A씨의 스마트폰 도난으로 범인이 모바일뱅킹을 통해 계좌에 접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2억원 이상 정기예금을 인출했으며, 은행 직원은 추가 인증 없이 이를 허용했다. 1심에서는 피해자가 승소했으나 2심 이후 신한은행이 판결을 뒤집고 피해자에게 소송비용까지 청구했다. 전문가들은 비밀번호 오류와 단순 전화 확인만으로 계좌 접근을 허용한 점에서 은행 과실이 크며, 민사상 손해배상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5년간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금융사고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내부 통제와 디지털 보안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내부 직원 과실과 매뉴얼 미준수, 보안 취약성이 결합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앞두고 충북 옥천군의 인구가 단기간에 급증했다. 시범지역 확정 이후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1000명 이상이 전입하며, 한때 무너졌던 ‘인구 5만 명선 회복’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숫자만 보면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이 현상을 곧바로 정책 성과로 평가하기에는 섣부르다. 오히려 현금성 복지가 불러온 ‘인구 착시’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공동화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사람이 머물고 지역이 살아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다. 하지만 시범지역 확정 직후 전입자가 급증한 현상은 ‘정주 인구 확대’보다는 ‘지원금 수령’을 겨냥한 단기 이동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매달 15만원의 지역상품권이 전 주민에게 지급되는 구조는 정책 취지와 무관한 ‘체리 피킹(Cherry Picking)’식 전입을 유발할 유인이 충분하다. 실거주 없이 주소만 옮기는 위장전입을 행정적으로 완벽히 걸러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자체가 거주 형태를 점검하고, 이장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청권 통합을 수도권 과밀화 해법이자 국가 균형 성장 전략으로 공식 제안한 것은 지방 행정체계와 국가 성장 구조를 동시에 재설계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수도권 일극 체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지역 불균형을 넘어 주거·교통·산업·교육 전반의 왜곡을 낳아 왔다. 역대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조성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구조적 전환에는 한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과 충청권을 하나의 광역 단위로 통합해 행정·과학·산업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구상은 기존 처방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이미 대전·세종·충남·충북은 생활·경제권 측면에서 상당 부분 연결돼 있으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수도권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대통령이 통합 논의를 선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지방선거 일정과 연계해 실행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통합 자치단체장 선출을 위한 중앙정부의 행정적 지원, 재정 분권과 자치 권한에 대한 특례 검토는 통합이 실질적 혜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1심 선고가 내달 28일로 예정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선고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선고가 함께 내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을 앞둔 이 일정은 단순한 우연을 넘어, 정치권과 권력 주변을 둘러싼 신뢰의 문제를 다시 묻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권성동 의원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원을 구형하며,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 중대한 헌법 가치 훼손 행위”로 규정했다. 중진 국회의원이라는 지위,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 그리고 국민 신뢰라는 무게를 고려할 때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권성동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변호인 역시 특검 증거의 적법성과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방어에 나섰다. 이는 법정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쟁점이며, 최종 판단은 오롯이 사법부의 몫이다.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판결 결과와 별개로 정치권 전체가 마주해야 할 과제다. 특정 종교단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이를 점검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국회 청문회는 정치적 절차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공적 무대다. 그런 점에서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쿠팡 경영진이 선택한 불출석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3인은 해외 일정, 업무 과중,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형식적으로는 가능한 선택일 수 있으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한 사안 앞에서 이러한 사유가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특히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창업주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글로벌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이라는 지위는 책임을 회피할 명분이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운 설명 의무를 요구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국회와 국민 앞에 직접 서지 않겠다는 결정은 기업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청문회의 무게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임시 대표에게 쏠리게 됐다. 실무 책임자가 대신 설명하는 구조다. 그러나 국회가 묻고자 하는 핵심은 개별 대응이나 실무 판단이 아니다. 대규모 정보
본지와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글로벌 11국이 평화기자단 발족에 합의한 것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평화 확산을 위해 실질적 협력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일 체결된 MOU를 바탕으로, 이번 합의는 기자교육과 현장 견학 등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행 가능한 평화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평화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학습과 체득, 그리고 습관화 과정을 통해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 IWPG 장선희 글로벌국장이 강조한 ‘평화를 배우고 체득하며 습관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평화 교육과 언론 보도가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지 윤여진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남북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은 평화운동의 현실적 토대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 관련 콘텐츠를 발굴하고 보도하는 것은, 단순한 뉴스 생산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향후 평화기자단의 활동이 국제적 네트워크와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언론과 시민사회 간 협력 모델의 새로운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평화 메시지를 단순히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가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 국민의 삶과 맞먹는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 발언은 공직사회의 무게와 책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의 표현처럼 공직자의 태도와 역량은 단순한 행정 수행을 넘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성과를 만들어낸다. 다만 일부 소수의 비위 행위가 전체 공직사회를 흔드는 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통령이 지적한 ‘맑은 물에 흙탕물이 더 눈에 띄는’ 현상은, 공직사회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관리와 감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강조된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핵심이다. 적재적소에 역량 있는 인재를 배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시정하는 구조는 공직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공직자의 성실한 업무 수행과 합리적 인사 시스템은 국가 정책의 효과와 직결된다. 국가가 분수령에 서 있는 지금,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공직자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책임감을 갖춘 행정이 뒷받침될 때 국가
인요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총선 당선 후 1년 6개월 만의 퇴장이며, 말 그대로 스스로 기득권을 반납한 셈이다. 그는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진영을 넘어 국민 통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안팎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자신의 역할이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의원의 선택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선비의 기개”라는 평가가 나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마지막 선비의 지조를 보았다”며 결단을 치켜세웠다. 인 의원 가문의 ‘4대째 헌신’까지 언급하며 미화하고 나섰다. 정작 여권 핵심, 특히 권력 핵심부와 연결된 이른바 ‘친윤계’는 어떤 변화도, 책임도, 결단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인요한 한 사람의 사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도, 마치 책임을 대신 떠맡아준 희생양이 등장한 것처럼 상황을 정리하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핵심 친윤 의원들과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그렇다. 전 정권 당시 윤핵관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인물들은 이철규·유상범·윤한홍 의원, 그리고 전 정권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과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
국민연금을 정해진 연령보다 앞당겨 받는 이들이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제도 시행 37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연금을 조기에 받으면 최대 30%의 감액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불이익보다 당장의 생계가 더 급하다는 방증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사회 노후 안전망의 구조적 균열이다. 조기수령 급증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은퇴 시기는 빨라지는데 연금 수령 시점은 계속 늦춰지면서 ‘소득 크레바스(공백기)’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중·후반에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62세, 63세, 더 나아가 65세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버텨야 하는 현실은 혹독하다. “지금 돈이 없다”는 절박함은 모든 계산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조기수령자 급증은 곧 ‘노후 빈곤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겨 받은 만큼 평생 연금이 깎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조기수령 100만 명 시대는 현재의 괴로움만이 아니라 미래의 빈곤을 예고한다. 결국 노후 소득 보장의 최후 보루였던 국민연금 기능마저 부실하게 될 위험을 떠안는 셈이다. 문제는 이게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적 문제의 결과인 만큼 해결책 또한 구조적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