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이중의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지역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의 긴장이 높아질 경우 유가 급등은 물론 글로벌 물류 차질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며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 안정 프로그램 확대와 에너지 수급 대책을 동시에 검토하겠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단 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만큼이나 정책의 균형이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의미가 있지만, 시장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정책 의존도가 높아지고 시장 기능이 왜곡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것과 시장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석유제품 가격 안정 대책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최고가격 제도 도입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이나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 논란이 적지 않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서민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지만, 가격 통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유류세 조정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 보다 유연한 정책 수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삼중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단기 대응과 구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이 언급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 역시 단순한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 신뢰를 높이고 시장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지정학적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외부 충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충격을 흡수할 경제의 체력을 키우는 일은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대응이 단기 처방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