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이란 충돌 장기화, 안보 현실 직시할 때다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역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대응하며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정해지고 있다. 확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경제와 안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쟁이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이란 정유시설 공격 이후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움직임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 체계를 흔들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 선박들이 군함 호위를 받아야 해협을 통과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됐다. 이는 단순한 해외 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안보 문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물가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해상 물류 차질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국제 질서는 이상이 아니라 힘의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미·중, 미·러 관계의 향방 역시 각국의 국익 계산에 따라 움직일 것이며, 강대국 간 경쟁은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감정적 접근이나 모호한 외교로 대응할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확인되고 있다. 중동 해상 안전 확보와 국제 질서 유지에서 미국의 역할은 여전히 결정적이다. 대한민국 역시 동맹국으로서 책임 있는 협력과 동시에 자국민과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해상 수송 보호 체계 점검 등 경제안보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안정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국가의 대응 속도와 판단력이 경쟁력이 된다.

 

미·이란 충돌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이후의 세계 질서는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해 온 우리의 역사는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동맹을 기반으로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전략만이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이다.

 

지금은 희망적 전망보다 냉정한 대비가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