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형량이 2년 늘었다. 내란전담재판부가 내린 첫 항소심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판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법원은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행위,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수사 방해,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허위 프레스 가이던스 전파 등 일련의 행위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은 1심에서 일부 무죄였던 혐의까지 상당 부분 뒤집었다. 이는 단순한 법리 해석의 차원을 넘어, 국가 최고 권력자의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본 결과로 읽힌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헌법과 법치를 지켜야 할 자리다. 그런데 오히려 국가 권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고, 제도적 절차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의혹이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됐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법 집행의 최종 책임자가 법 위에 군림하려 했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국정 농단이다.
특히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경호처를 동원했다는 대목은 국가 권력이 사적 방패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권력은 특정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사법 절차를 거부할 특권이 될 수는 없다.
국무회의 절차 역시 마찬가지다. 비상계엄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일부만 참여한 형식적 회의로 처리했다면 이는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다. 국정 운영의 정당성은 절차에서 나온다. 절차를 무시한 권력 행사는 결국 독단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상고는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사법 판단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판단 앞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결집이 아니라 책임 있는 태도다.
이번 판결은 특정 개인의 유불리를 넘어선다. 대통령도 법 앞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확인한 사건이다. 법치주의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때 의미가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사람일수록 책임은 더 무거워야 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상식이다.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 법치의 후퇴가 아니라 회복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