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표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온라인 공간의 무분별한 허위정보 유통과 악의적 혐오 표현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번 개정법은 시행 전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법 적용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선동 정보’라는 개념은 현실에서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이 허위인지, 어떤 표현이 혐오를 '심각하게 조장'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회적·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법은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일정 요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했다. 표현의 적법성에 대한 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만 앞세운 셈이다. 더욱이 법 조문은 적용 대상을 언론사나 플랫폼 사업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도 게시글을 올리거나 콘텐츠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설령 최종적으로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2구역이 사업시행계획을 위한 통합심의를 처음 통과했다. 압구정 2·3·4·5구역 가운데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에 이어 압구정까지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르면서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수년간 지연됐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후 주거단지의 안전 문제와 주거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건축이 지연될수록 주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도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압구정2구역은 최고 66층 규모의 한강변 주거단지로 조성되며, 공공보행통로와 입체보행교, 공원, 개방형 커뮤니티시설 등을 함께 계획하고 있다. 과거 재건축이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도시공간과 공공성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열린 공간을 확대하려는 시도 역시 도시의 공공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 속도만을 강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이 최종 선정되면서 수년간 이어진 사업의 불확실성이 마침내 해소됐다. 두 조선사의 치열한 경쟁과 법적·행정적 공방으로 지연됐던 국가 핵심 방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DDX는 단순한 함정 건조 사업이 아니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함 사업이자, 우리 기술로 6000톤급 첨단 구축함을 완성하는 해양 방위력 강화 프로젝트다. 동시에 한국 조선·방산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입증할 수 있는 전략 사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은 국내 방산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과정에서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기자재 기업, 첨단 전자·통신·무기체계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다. 대형 조선사 한 곳의 수주를 넘어 국내 방산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기를 맞고 있다. 각국이 해군 전력을 확대하면서 첨단 구축함과 호위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잠수함과 호위함 수출에서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재생에너지 정책과 국정 운영, 국민통합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 것은 정치적 의미를 넘어선 상징성을 지닌다. 전·현직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놓고 경험과 비전을 공유하는 모습은 정치적 대립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긍정적인 장면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한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산업 전략과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어느 정부에서 시작했든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RE100 등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지속성은 경쟁력 그 자체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와 경제 성과를 평가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전 정부의 정책 기반을 인정한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치권에서는 전임 정부의 성과를 부정하거나 모든 공을 현 정부에 돌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국정은 특정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의 연속된 역사다. 전임 정부의 성과를 인정하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는 자세가 성숙한 민주주의의
이번 국토교통부의 경기 화성 동탄구, 용인 기흥구, 구리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뒤늦었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반도체 산업 기대감, GTX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서울 접근성이라는 요인이 결합되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은 단기간에 과열 양상을 보여왔다. 시장이 이미 기대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면, 정책 당국의 개입 역시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응은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다. 특히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기대감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지역 과열로만 보기 어렵다. 산업정책과 주택시장이 맞물릴 경우 가격 신호는 훨씬 빠르고 크게 왜곡될 수 있다. 여기에 구리시처럼 서울과의 거리와 역세권 수요가 결합된 지역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수도권 전반의 불안정성이 다시 고개를 든 상황이다. 단 규제지역 지정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과거에도 투기과열지구 확대는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격은 다른 형태로 재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처럼 산업 입지 변화와 교통망 확충이 동반된 지역에서는 규제의 효과가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방으로 확산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시대적 과제다. 반도체와 AI를 국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방향 역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과정과 원칙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호남권에 제2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반도체 제조시설(FAB) 4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규모만 8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반도체 팹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다. 전력과 용수, 연구개발 역량, 숙련 인력, 협력업체, 장비 공급망까지 집적된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번 입지가 결정되면 수십 년간 국가 산업 구조를 좌우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따라서 정부는 누구보다 객관적인 기준과 충분한 검증을 통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발표 과정에서는 정부가 기업보다 앞서 특정 지역을 사실상 예고하고, 기업이 이를 뒤따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역할이어야지, 투자 입지를 결정하는 주체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집권 초반 여당의 가장 큰 책무는 정권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당권 경쟁 역시 개인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국정의 성공과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 경쟁이 돼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오는 발언들은 이러한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 “의리를 지키겠다‘는 표현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과는 다르다.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충성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경쟁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당권 경쟁이 계파 간 세력 다툼으로 비칠 가능성이다. 집권 초기부터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부각되면 국정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집권 초기는 개혁과 민생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여당이 내부 경쟁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동안 국민은 정치권 전체를 불신하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정 운영으로 이어진다. 정당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할 때는 정책을 제안하고 건전한 비판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공개적인 힘겨루기나 세 과시가 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 1로 패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은 팬들의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경기 직후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언급하며 준비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유사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이자 오랜 기간 국내외 축구 환경을 경험한 인물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단 한 경기의 결과만으로 모든 책임을 특정 인물이나 조직에 돌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축구는 선수와 지도자, 협회, 리그, 유소년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포츠다. 패배의 원인 역시 단순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박 위원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기 결과보다도 한국 축구의 구조적 경쟁력에 대한 문제 제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충분하지만 이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내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 축구는 오랜 기간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해 왔지만, 국제대회에서는 기대만큼의 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는 국가 안보이자 경제 성장의 핵심 자산이 됐다. 세계 각국이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기업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한국 역시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이번 구상이 수도권을 넘어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국가 산업 기반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종합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면 협력업체와 연구개발, 물류, 교육 인프라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단 이러한 투자가 성공하려면 정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아니라 든든한 지원자가 돼야 한다.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전력과 용수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세제와 규제를 국제 경쟁국 수준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적 계산이나 지역 안배 논리가 시장 원칙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
정부가 업무 성과가 우수한 6급 공무원을 1~2년 만에 5급으로 특별승진시키는 ‘5급 조기 승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평균 9년 이상 걸리던 승진 기간을 사실상 뛰어넘는 파격적인 제도다. 정부는 성과 중심 인사와 공직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정작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고민은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공직사회는 민간 기업과 다르다. 단기 실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업무가 대부분이며, 정책의 성과는 수년 뒤에야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 안전, 복지, 규제 개선, 예산 집행 등은 개인 한 사람의 능력보다 조직의 협업과 책임감이 뒷받침돼야 하는 영역이다. 이런 구조에서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객관적으로 가려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다. 정부는 성과심사와 역량평가, 면접 등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떤 지표로, 어떤 기준으로,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승진 속도만 극단적으로 앞당긴다면 능력주의가 아니라 불신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조직문화다. 공무원 사회는 협업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일부에게만 초고속 승진의 길을 열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