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로잡힌 쿠팡 동일인 지정, 이제는 집행이다

시사1 장현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김 의장이 그룹 전반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일인 지정만은 미뤄왔다. 권한은 인정하되 책임은 묻지 않는 기묘한 구조였다. 대기업집단 규제의 핵심은 실질적 지배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있는데, 오히려 제도의 본질이 흔들린 셈이다.

 

특히 “친족의 국내 계열사 경영 참여가 적다”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유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동일인 제도는 친족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 여부를 따지는 장치다. 제도의 목적을 좁게 해석한 결과, 시장에는 “특정 기업만 예외를 인정받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커졌다.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이미 전통 대기업 못지않다. 유통과 물류, 소비자 접점까지 장악한 기업일수록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한 감시는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 상장사라는 이유, 국적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규제가 늦어진 것은 공정경제 원칙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번 지정으로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작일 뿐이다. 동일인 지정은 이름표를 붙이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책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친족 회사까지 포함한 계열사 감시, 내부거래 점검, 특수관계인 거래 검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결정 역시 상징에 그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정경제 질서 확립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집행이다.

 

공정위가 정말 보여줘야 할 것은 ‘지정했다’는 발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신뢰다. 플랫폼 공룡에게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 그것이 이번 결정이 남겨야 할 가장 큰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