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9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자 KOSPI는 장중 7%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기술주도 9% 안팎 하락하며 시장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본 증시 역시 닛케이 225가 6% 이상 밀리며 아시아 금융시장이 동반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은 언제나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온다. 하지만 이번 급락을 단순히 ‘외부 충격’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국 증시의 반응 속도와 낙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다. 한국경제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곧바로 물가·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른바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압박이 시작되는 순간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 위축 우려가 동시에 커진다. 증시는 이를 선반영하며 급격히 하락한다.
문제는 금융시장 내부의 체력도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 속에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자금은 빠르게 빠져나간다. 실제로 최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하루 2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며 약 11년 만에 최대 규모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보다 ‘회수’가 먼저 작동하는 셈이다.
정부는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프로그램 확대와 에너지 공급 대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 조치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외부 충격이 올 때마다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다.
유가 급등이나 지정학적 갈등은 한국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가 더 크게 요동치는 이유는 결국 시장의 체력과 신뢰 문제로 귀결된다. 외부 변수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시장의 내구성은 정책과 제도, 투자 환경을 통해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
중동 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또 다른 충격은 언제든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 방어책이 아니라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시장 체질을 만드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