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조’ 관광 소비, 부산 경제로 얼마나 이어졌나

시사1 노은정 기자 |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364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광객들이 부산에서 쓴 돈만 약 1조531억원. 숫자만 보면 부산 관광이 완전히 회복을 넘어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선 듯하다. 그러나 소비 내역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대목이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의 절반 이상(51%)이 쇼핑에 집중됐고, 식음료업이 18.4%로 뒤를 이었다. 여가·문화서비스업 비중은 12%에 그쳤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체류형 관광’보다는 ‘소비 편중형 관광’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쇼핑과 음식 소비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전통시장과 면세점, 상권 밀집 지역에 활기가 돌고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문제는 관광 소비가 특정 업종에 쏠릴수록 도시 전체의 관광 경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관광의 본질은 단순 소비가 아니라 경험이다. 하지만 현재 부산 관광의 소비 구조는 ‘보고 즐기기’보다 ‘사고 먹기’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는 관광객이 도시 안에서 머무는 시간과 활동 범위가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방문객 수는 늘었지만 체류 가치가 함께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여가·문화 서비스 지출 비중이 낮다는 점은 부산이 가진 잠재력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해양 도시라는 정체성, 영화·공연 콘텐츠, 지역 문화 자산을 고려하면 관광객 소비가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 관광객이 쇼핑 후 바로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하루 더 머물 이유가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관광객 증가와 국제선 확대, 크루즈 정상화는 분명 기회다. 다만 관광 정책이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가’라는 양적 성과에 머문다면, 관광 호황은 언제든 외부 변수에 흔들릴 수 있다.

 

364만명과 1조원이라는 기록은 출발점일 뿐이다. 이제 부산 관광의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왜 머물렀고 무엇을 경험했으며 다시 오고 싶어 했는가다. 관광객 숫자가 아닌 소비의 질을 키울 때, 부산 관광의 진짜 성장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