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윤여진 기자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남긴 발언은 자극적이지만, 가볍게 넘기기엔 한국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공천헌금 수수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강선우 의원을 언급하며 “강세 지역의 경우 공천헌금이 10억원 이상이었다”고 회상한 그의 말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의 문제를 넘어 공천 제도 전반의 구조적 부패를 겨냥하고 있다.
홍준표 전 시장은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실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재공천 대가로 15억원을 제시한 중진 의원, 구청장 공천을 위해 10억원을 내밀었다는 전직 고위 공무원의 사례는, 공천이 정책과 경쟁이 아닌 ‘거래’의 대상이었던 현실을 보여준다. 더 충격적인 대목은 이런 제안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고백이다.
이 발언의 무게는 ‘과거 회상’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 크다. 홍준표 전 시장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공천헌금은 오르지 않았나 보다”고 꼬집은 대목은, 최근 불거진 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공천헌금 의혹과 정확히 맞물린다. 정권과 정당, 세대가 바뀌어도 공천을 둘러싼 돈의 유혹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냉소적 진단이다.
홍준표 전 시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공천권의 집중’을 지목했다. 지방의원 공천권이 사실상 특정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 전속돼 있는 구조,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정치인들이 공천 비리의 토양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돼 온 지적이지만, 번번이 개혁은 선언에 그쳤다.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폐쇄성이 유지되는 한, 공천은 계속해서 ‘권력과 돈이 만나는 지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홍준표 전 시장의 발언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오랜 정치 경험을 가진 인사가 이제 와서 과거의 부패 관행을 폭로하듯 말하는 것이 책임 회피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이 던진 질문은 유효하다. 왜 20년이 지나도록 공천을 둘러싼 구조는 바뀌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이다.
김병기·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개인 비위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가 여전히 ‘공천’이라는 문턱에서 돈과 권력의 유착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홍준표의 고백이 불편한 이유는, 그가 말한 과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