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백전불패의 군사전략가이자 천하무쌍의 맹장(猛將) <11>

제5절 전쟁사에 빛나는 남당(南唐) 정벌 (05)

 ▶ 10배의 남당군(南唐軍)을 무찌른 육합진(六合鎭) 전투

 

조광윤이 육합진에서 한영곤의 패잔병들에게 선엄후교의 지략으로 분발심을 일으켜 양주성을 도로 찾는 데는 성공했으나, 뜻밖에 남당의 이경달이 정예군 2만 명을 이끌고 과보(瓜步)에서 장강을 건너 육합진으로 돌진해왔다. 이때 육합진에 주둔하고 있던 조광윤의 병사는 군법을 집행하러온 2천 명 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아군보다 10배가 넘는 남당군과 부딪히게 된 것이다.

남당정예군이 회남전장에 진입하면서 전황이 불리하게 되리라는 것을 조광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 모른 채 용맹한 정신을 발휘하여 다시 한 번 10배가 넘는 적군과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남당의 이경달은 육합진에 후주군이 주둔해 있는 것을 보고도 감히 공격하지 못했다. 그는 육합진에서 20리 떨어진 곳에 군영을 세우고 병마를 포진해 후주군의 공격을 방어했다.

이경달이 진공에서 방어로 전술을 바꾸자 승전의 자신감이 생긴 조광윤의 장병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동전(主動戰)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우수한 군사전략가는 침착해야 하고 전쟁을 지휘할 때 절대로 부하들의 비이성적 출전요구를 맹목적으로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광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손자병법을 인용하여 장병들에게 말했다.

「이경달의 정예군이 진지를 구축하고 진격하지 않는 것은 우리군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2천 명 밖에 없다. 만일 주동적으로 출격을 하면 우리 군의 실력을 알게 되어 적군은 필사적으로 공격할 것이 뻔하다. 병법에서 말했듯이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을 주문해 적을 이길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가 출병하지 않으면 이경달이 필히 초조해서 먼저 출동할 것이다. 그때 우리가 출격하면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조광윤은 조급하게 행동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적들이 아군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과연 수일 후 초조해진 이경달은 절반의 병력을 출병시켜 육합진을 공격했다. 후주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남당군은 조심스레 행동하며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는 허장성세만 펼칠 뿐 맹공은 퍼붓지 못했다.

시기의 도래를 장악한 조광윤은 맹공을 퍼부을 것을 명령했다. 출격명령만을 기다리던 후주군 병사들은 용맹하게 남당군을 무찔러 거의 5천명을 사살했다. 이경달은 혼비백산하여 1만여 병사를 끌고 황급히 강변으로 도주했다. 강변에서는 서로 강을 건너는 배를 빼앗으려 칼부림을 하고 많은 패잔병들이 물에 빠져 익사했다.

이렇게 남당군의 정예부대는 전멸되고 말았다. 이런 적은 병력으로 많은 병력을 이기는 전례는 오대(五代) 전쟁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이와 같이 초인적 수준에 이른 조광윤의 작전지휘능력은 전쟁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