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피 4900선 첫 돌파…자금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시사1 김기봉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900선을 넘어섰다. 단순한 지수 신기록을 넘어,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나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번 랠리는 더욱 주목된다.

 

19일 코스피는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재부상 가능성과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등 대외 변수들이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 요인은 장중 빠르게 소화됐고, 지수는 오후 들어 상승세로 방향을 틀며 결국 4900선을 돌파했다. 불확실성보다 ‘상승 추세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수급 구조다. 이날 지수 상승을 이끈 주체는 개인이나 외국인이 아닌 기관 투자자였다. 기관은 29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밀어 올렸고, 개인과 외국인은 오히려 순매도에 나섰다. 이는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외국인과 달리, 기관이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며 1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례적인 연속 상승은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시장의 체력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반도체·2차전지·방산 등 주력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 그리고 금리 인하 국면에 대한 선반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이번 랠리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정치·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수가 빠르게 높아진 만큼, 향후에는 종목 간 차별화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다.

 

4900선 돌파는 한국 증시가 새로운 구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보다, 이 상승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는 점이다. 지금의 코스피는 ‘위험이 사라져서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금이 유입되는 시장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판단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