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혜훈 때리기’ 나선 국민의힘, 과거엔 왜 침묵했나

시사1 윤여진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향한 국민의힘의 공세가 거세다. 각종 의혹을 앞세워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명분 삼아 여야 협치의 장까지 걷어차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의 비판을 따라가다 보면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생긴다. 그동안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혜훈 후보자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다섯 차례나 공천을 받았고,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 긴 정치 이력 동안 지금 제기되는 의혹의 상당수는 이미 존재했거나, 최소한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그때는 문제없던 인물이, 정부 인사로 지명되자 하루아침에 ‘부적격 인사’가 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인사 검증을 말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검증이라기보다 정치적 선택적 분노에 가깝다. 같은 기준이 같은 인물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비판은 원칙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불과하다. 야당 시절엔 침묵하고, 여당 인사가 되자 공격하는 태도는 스스로 제기하는 문제의 무게마저 가볍게 만든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이혜훈 후보자 문제를 이유로 대통령 주재 여야 지도부 오찬에도 불참하겠다고 했다. 한 인사에 대한 공세를 국정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인사청문회라는 제도적 검증 절차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청문회 이전에 결론부터 내려놓고 정치적 압박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책임 있는 제1야당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의혹을 검증하라고 있는 자리이지, 미리 유죄를 선고하라고 있는 무대가 아니다. 후보자가 해명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여야 협치를 볼모로 삼는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국정 운영과 국민이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인사 기준과 원칙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과거의 침묵에 대한 설명부터 내놓아야 한다. 같은 인물을 두고 상황에 따라 잣대를 바꾸는 정치는 비판의 칼날을 날카롭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그 칼의 진정성을 무디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