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동훈 제명’이라는 자해, 국민의힘은 어디로 가는가

시사1 박은미 기자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에게 ‘제명’이라는 사형 선고를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다. 새로 출범한 윤리위가 잉크도 마르기 전 심야 마라톤 회의를 열어 전직 당 대표를 쫓아내는 모습은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장동혁 지도부가 내건 ‘과거와의 절연’이 결국 ‘정적과의 절연’이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징계의 형평성이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한동훈이 제명이면, 권영세·권성동은 무엇이냐”는 냉소가 터져 나온다. 과거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등 당의 근간을 흔들었던 중진들의 행보에는 침묵하거나 관대했던 당이 유독 한동훈 전 대표에게만 서슬 퍼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두고 ‘표적 징계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기엔 명분이 궁색해 보인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지도부를 향한 당원들의 분노는 단순한 지지층의 반발을 넘어선다. “민주당은 듣는데 왜 우리는 안 듣느냐”는 한 책임당원의 절규는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소통 불능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쇄신을 약속하며 출범한 지도부가 오히려 지지층을 밀어내며 자폐적 정치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는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당을 하나로 묶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는 ‘제명’이라는 가장 손쉬운 정적 제거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정치는 산술이 아니다. 눈앞의 가시를 뽑아내려다 당의 뿌리까지 뽑힐 수 있다는 경고를 장동혁 지도부만 듣지 못하는 듯하다.

 

진정한 쇄신은 내 편이 아닌 사람에게도 공정한 잣대를 들이댈 때 시작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쇄신이 아니라 ‘자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