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간판만 바꾸는 국민의힘, 그만큼 국민도 만만한가

시사1 박은미 기자 | 사과는 했다고 말하지만, 책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당명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혁신’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민망하다. 선택적 사과, 선택적 침묵, 그리고 변하지 않는 친윤 기득권 구조 속에서 간판만 갈아치운다고 당이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면, 국민을 너무 얕잡아본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잘못이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 사과는 끝내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 불분명하다. 계엄을 옹호해온 인사들의 당내 입지는 여전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을 명확히 선언한 적도 없다. 사과는 있었지만 단절은 없었다. 반성은 말로 했지만,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당명 개정은 가장 손쉬운 선택지다. 인적 쇄신이나 노선 정리, 책임 정치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건너뛰고도 ‘변화 중’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을 구조와 노선이 아닌 ‘브랜드’에서 찾는 태도는, 과거 보수 정당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반복해온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더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이다. 왜 당명이 바뀌어야 하는지, 무엇을 반성했고 무엇을 끊어내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설명은 부족하다. 대신 속도전, 공모전, 여론조사 숫자만 앞세운다. 정치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정당이 이벤트성 처방에 기대는 모습은 무성의해 보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 더 이상 간판 교체에 감동하지 않는다. 당명이 아니라 사람과 태도, 그리고 책임지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수차례의 선거를 통해 보여줬다. 옷만 바꿔 입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정치에, 국민이 또다시 속아줄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 오만은 결국 표로 되돌아올 것이다.

 

혁신은 이름이 아니라 결단에서 시작된다. 그 결단이 보이지 않는 한,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은 또 하나의 ‘회피성 선택’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