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황권(皇權) 강화를 위한 ‘중앙집권제’ 확립 <23>

제5절 절도사(節度使)들의 막강한 권한 축소 (01)

조광윤은 개국공신들을 상대로 엄청난 거래를 했던 것이다.
 
는 경제적 혜택을 조건으로 내걸고 그들의 병권을 요구하였다.

황제와 개국공신들은 ‘부귀영화’와 ‘반란 방비’라는 ‘정치무역(政治貿易)’을 놓고 너무나도 쉽게 타협하였다. 조광윤은 이렇게 해서 황권(皇權)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금군 고위 장군들의 지휘권을 손쉽게 해제할 수 있었다.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술잔으로 병권을 풀었다”는 뜻으로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이라고 하였다.

조광윤은 이러한 지혜를 갖춘 사람이었다. 여러 장군들의 병권을 해제시키는 것은 본래 가장 어렵고 큰 사안이었으나, 그는 쉽고 작은 데서부터 착수하는 지혜를 발휘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1. 절도사 권한 축소를 위한 조보의 헌책(獻策)

 

어느 날 송태조 조광윤은 조보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천하는 당(唐)나라 이래 수 십 년간 제왕의 성(姓)이 여러 번 바뀌고 전쟁이 그치지 않아 민생이 도탄에 빠진 원인은 무엇이오?」

이에 조보가 아뢰었다.

「당나라 이래 전쟁이 빈번하고 나라가 불안정했던 원인은 다름이 아니라 번진이 너무 강했던 탓이지요. 군주가 약하고 신하가 강한 것이 원인일 뿐입니다.」

조광윤은 또 물었다.

「짐(朕)은 천하를 평정하고 나라를 위한 백년대계를 세우려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소?」

또 조보가 아뢰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데 별 묘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절도사들의 권한을 축소하고, 금전과 식량을 제한하여 경제적 명맥을 통제하며, 그들의 정예군을 나라에 환수시키면 천하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광윤은 오대(五代)시기에 제왕이 수없이 바뀌고 전쟁이 그치지 않았으며 백성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매우 혐오했기 때문에 이를 마무리 짓고 평화스런 국가를 건설하고 싶었던 것이다.

 

송나라 초기에 지방 번진들의 세력은 당나라 때에 비하여 그리 강하지 않았다.

오대(五代) 이래 역대의 왕조들은 금군 즉 중앙군대가 강대했다. 이균과 이중진이 번진 절도사의 신분으로 반란을 일으켰다가 곧바로 평정된 것은 중앙의 군대가 여전히 번진세력보다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송태조 조광윤이 뻔히 아는 문제를 조보에게 다시 물은 것은 번진이 나라에 대해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지방에서는 백성을 해치는 짓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백성을 사랑하는 송태조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조보는 “지방절도사의 권력을 축소하고 절도사에게 명예와 녹봉만 보장해주며 군정의 대권을 부여하지 말 것”을 건의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