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황권(皇權) 강화를 위한 ‘중앙집권제’ 확립 <04>

제1절 황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노력들 (04)

3. 황제 조광윤, 숲속에서 건방진 절도사들에게 결투 신청

 

당시에는 오대시기의 후유증이 남아있어서 막강한 병력과 재력을 갖춘 옛 후주의 일부 절도사들이 연합해 ‘절도십형제(節度十兄弟)’를 결의하고, 패권(覇權)을 다투지 않고 등극한 새 황제 조광윤의 권위에 도전해 보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뛰어난 담력과 지략을 갖춘 송태조 조광윤은 한 계책을 생각해냈다.

어느 날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절도사들을 변경(汴京)으로 불러 각각 칼과 활, 말을 준 다음, 자신도 호위병 없이 홀로 말에 올라 그들과 함께 황궁 밖으로 달려 나갔다. 고자문(固子門)을 지나 깊은 숲 속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10명의 절도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 건방진 절도사들은 갑자기 황제의 초청을 받은 행차에 어리둥절해 했다.

술을 몇 잔 들이킨 다음 송태조는 태연하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이니, 그대들 중에서 황제가 되고 싶은 자가 있거든 나를 죽이고 제위(帝位)에 올라도 좋다!」

이 말을 듣자 그동안 허세를 부렸던 절도사들은 조광윤의 맹호와도 같은 기개에 질려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구도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잠시 숨 막히는 침묵이 흐른 후 절도사들은 하나씩 땅에 엎드려 벌벌 떨면서 “소인들이 어찌 감히!”라고 연발했다.

그러자 송태조 조광윤은 그들에게 위엄 있게 훈계했다.

「그대들이 나를 황제로 받아들인 이상 당연히 신하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앞으로 황제를 안중에 두지 않고 오만방자하게 굴며 불법을 저지르면 더 이상 용서치 않겠노라!」

이에 절도사들은 모두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만세를 외치며 신하로서 황제를 위해 충성을 다해 섬기겠다고 맹세했다. 이와 같이 조광윤은 자신이 갖춘 절륜한 무공과 남들이 따를 수 없는 용맹함으로 미리 선수를 써서 심리적으로 자신의 적수를 제압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