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개월 만에 재개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협력과 소통을 거듭 강조하며 추가경정예산과 개헌 논의를 동시에 제안했다.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 현재 정치권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정치적 연출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형식보다 내용에서 의미가 있었다. 여당은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고, 야당은 예산의 타당성과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충돌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일부 지적에 대해 “중요한 지적”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을 약속하고 공개적으로 논의를 이어간 점은 과거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는 다른 모습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추경 논쟁은 협치의 시험대다. 정부는 민생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야당은 목적과 무관한 예산이 포함됐다고 비판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재정은 국민의 돈이며,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이 클수록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팩트를 확정한 뒤 논쟁하자”고 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투명한 자료 공개와 객관적 검증이다.
개헌 제안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개헌은 어느 정권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과제이며,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선 장기적 국가 설계의 문제다. 대통령이 야당 협조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현실적 접근이지만, 개헌 논의가 정쟁의 연장선으로 흐른다면 또 하나의 정치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 절차와 의제 설정부터 초당적 합의를 구축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치의 지속성이다. 한 차례의 회담이나 상징적 제스처만으로 정치 신뢰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여야가 서로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고, 갈등을 공개적으로 조정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정상 작동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내부적 단합’ 역시 일방적 동조가 아니라 치열한 토론 끝에 도출되는 합의를 의미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에 부족한 것은 대화의 기회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여야정 협의체가 다시 가동된 만큼, 이제 정치권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협치가 가능하다는 증거를, 말이 아닌 정책과 성과로 증명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