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충수의 세상을 밝히는 힘(20)] 글로벌 병영시대, 지금 국방부는?

1만 다문화장병을 맞게될 국방부의 현재를 조명한다

 

한국 사회는 지난 20여 년 사이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 왔다. 국제결혼 증가와 외국인 노동자 확대는 사회의 인구 구조를 바꾸었고,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단일문화 사회라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2021년 잠깐 줄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증가하여 2025년 말 현재 약 278만 명을 넘어섰다.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 수도 21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반을 넘어 국가방위의 핵심조직인 군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실제 본인이 강의차 군 부대를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장에서 다문화장병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거기에는 간부도 포함된다.

 

2010년 「병역법」 개정 이후 다문화가정 출신 청년들의 현역 입대가 본격화되었다. 국방부 추산에 따르면 우리 군에는 2025년 현재 약 4400여 명의 다문화가정 장병이 군 복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군은 더 이상 ‘단일 민족 군대’라는 정체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조직 구성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현실의 변화 속도에 비해 군 내부의 인식과 제도적 준비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소외의 그림자

 

한국 군대는 전통적으로 강한 위계질서와 집단 규율, 동일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구성원 간의 결속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장병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병영 문화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먼저 드러나는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모든 다문화 장병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장병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동료 장병이 통역을 도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는 차별과 편견에서 비롯되는 소외감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성장 과정에서 외모나 부모의 국적을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험이 폐쇄적인 병영 환경에서도 반복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외모나 말투를 이유로 한 놀림이나 따돌림은 개인의 심리적 위기를 초래할 뿐 아니라 부대 전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부대 내 가혹 행위를 호소하던 다문화 장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금 제기되었다.

 

군 당국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제도적 대응을 시도해 왔다. 2015년에는 부대관리 훈령에 ‘다문화 장병 복무’ 관련 규정을 반영하여 신상 비밀 보호, 차별 금지, 고충 우선 처리, 다문화 이해교육 등을 명문화하였다. 그러나 차별을 이유로 다문화장병 식별활동 자체를 할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다문화장병 수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다문화장병 관련 정책 및 제도와 현장의 체감 사이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다문화 군대'를 위한 제언

 

다문화 군대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이들을 단순한 관리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군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조직 통합을 이루기 위한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의 실행력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휘관 및 간부 교육 과정에 인권교육, 성인지 교육과 함께 다문화 이해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부대별 시행 여부를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부대관리 훈령에는 반기 1회 이상 교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솔직히 반기 1회 시행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지휘관들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의 현장에 가 보면 참석자의 대부분은 병사들이다. 지휘관은 물론 간부들조차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 교육의 대상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정작 현장의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교육 대상임에도 말이다.

 

교육내용 또한 점검이 필요하다. 군 특수성을 반영하여 실제 병영 내 갈등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둘째, 교육 주기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18개월의 복무 기간 중 1~2회에 그치는 현재의 교육 빈도를 높여 신병교육대부터 자대 배치 이후까지 반복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신병훈련의 상징이자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육군훈련소의 경우 모든 기수 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교육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다문화 장병 관리 경험이 있는 간부들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여 교육의 현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하되 군의 현장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직업군인 출신 강사라거나, 최소한 군대 문화를 충분히 학습하고 장병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강사라야 한다.

 

셋째,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데이터 확보와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합니다. 차별을 방지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사각지대에 놓인 장병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국방부는 다문화장병 관련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사무관 1명을 포함하여 단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2년 전까지는 사무관 1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다문화정책을 다루는 전담 공무원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겸하고 있으며, 다문화정책업무의 우선순위는 거의 뒷전에 밀려나 있는게 현실이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능력은 현대 군 조직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리더십 역량이다. 군이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는 군의 전투력 강화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통합에도 긍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다문화 군대는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준비하는 정책적 상상력과 실행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