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유가 폭등에 아시아 증시 줄줄이 ‘패닉’

시사1 김기봉 기자 |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모양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 특성상 고유가 충격이 기업 실적과 경제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3% 하락한 5175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증시에 매도세가 급격히 확대됐다.

 

일본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장중 6% 넘게 하락하며 5만2000선까지 밀렸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아시아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형 기술주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9% 넘게 떨어진 17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9% 이상 급락해 83만원선까지 밀렸다. 지난주 반등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황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5위 산유국인 쿠웨이트는 선박 통항 위협에 대비해 예방적 감산에 들어갔고,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의 생산량은 약 7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해상 생산량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히며 글로벌 공급 불안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원유 가격 상승은 물가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 위축을 동시에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사태 확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가 급등을 두고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라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 장관 역시 “이란의 위협 능력이 제거되면 수송로가 재개될 것”이라며 수주 내 유가 안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단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물리적인 수송로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유가와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자금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하루 동안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ETF 제외)에서는 2509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2015년 4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 규모의 일별 자금 유출이다.

 

투자자들은 이달 초 급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실물경제 충격 우려가 커지자 반등 국면에서 차익 실현과 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과 고액 자산가 중심의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1297억원이 빠져나가며 7주 연속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