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윤여진·박은미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명 28일 만에 낙마했다. 보수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인사를 깜짝 발탁하며 ‘통합’을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실험은 결국 국민 눈높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낙마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성 논란을 넘어, 통합 인사의 한계와 현행 인사 검증 시스템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지명 철회 배경을 설명하며 “보수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좌진 갑질·폭언 의혹, 영종도 부동산 투기, 서울 반포 원펜타스 아파트 부정청약, 장남의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누적되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적격 여론이 확산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인사는 처음부터 파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후보자를 새 정부의 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했다. 청와대는 ‘통합’과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웠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르려는 외연 확장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의혹이 꼬리를 물며 상황은 급변했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며 부담을 드러냈다. 2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혜훈 후보자의 해명은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했고, 특히 ‘위장 미혼’ 의혹으로 불거진 부정청약 논란은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다.
앞서 청와대 내부에서는 주말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보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서 채택 이전에 전격적으로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청와대는 “보수 진영 인사를 기용한 만큼, 철회 역시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낙마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장관급 후보자 낙마다. 동시에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청와대는 ‘제도적 한계’를 언급하며 방어에 나섰다. 후보자가 스스로 공개하지 않은 정보나 갑질 여부 등은 현재의 검증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합을 위한 화합의 제스처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며 대통령의 결단에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명백한 인사 참사”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검증 시스템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이혜훈 후보자 낙마는 통합 인사의 상징성과 현실 정치의 엄혹함이 충돌한 사례로 남게 됐다. 진영을 넘어선 인사는 여전히 정치적 자산이지만, 그 전제는 무엇보다도 엄정한 검증과 국민적 수용성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번 사태가 향후 인사 시스템 보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