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윤여진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이번 정상회담은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한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만남의 빈도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8월 셔틀외교 재개 이후 불과 몇 달 사이 세 번째 대면 회담이 성사됐다. 이제 한일 정상 간 만남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외교의 일상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따르면, 이번 회담의 특징은 단순한 관계 관리나 원론적 협력 확인을 넘어 협력의 심도와 범위를 어떻게 넓힐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규모 단독 회담과 확대 회담, 추가 환담, 만찬까지 이어진 100분이 넘는 공식·비공식 일정은 양국 정상이 신뢰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일본 측 요청으로 성사된 별도의 ‘추가 환담’은 정상 간 개인적 유대가 정책 논의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회담의 무대가 도쿄가 아닌 나라(奈良)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주와 나라라는 양국의 고도(古都)를 잇따라 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단순한 의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대 한반도와 일본이 기술과 문화를 교류하던 공간에서 다시 만났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과거의 갈등을 넘어 공유된 역사와 연결의 기억을 외교 자산으로 삼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실질 성과 면에서 이번 회담은 협력 의제의 외연을 크게 넓혔다. 기존의 교역과 경제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 과학기술, 인공지능, 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래 산업과 규범 경쟁 영역에서의 제도적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저출생·고령화, 지역 불균형 같은 구조적 사회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를 이어가기로 한 점도 과거 한일 협력에서는 보기 드문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스캠 범죄 등 초국가 범죄 대응을 위한 경찰 공조 강화는 양국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협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외교가 추상적 담론을 넘어 체감 가능한 안전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중국 국빈 방문 직후 이어진 이번 방일은 이재명 정부 외교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국가에 치우치기보다 주변 강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국익과 민생을 챙기겠다는 실용외교 노선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공조 재확인 역시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출발점이다. 이번 나라 회담은 지난 60년을 정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6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첫 답변에 가깝다. 정상 간의 신뢰와 상징적 제스처가 실제 정책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관건은 후속 조치와 지속성이다. 셔틀외교가 정착 단계에 들어선 지금, 한일 관계는 빈도보다 내용으로 평가받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