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재판 앞 침묵, 이것이 장동혁식 쇄신인가

시사1 박은미 기자 | “국민께 사과한다”, “새롭게 시작하겠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럴듯했지만, 말이 끝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다시 침묵을 선택했다. 사과와 쇄신을 외친 바로 그 당이, 정작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 지연이라는 중대 사안 앞에서는 끝내 입을 닫았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까지 어긋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은 단순한 전직 대통령 재판이 아니다. 헌정질서를 흔든 12·3 비상계엄, 그 정점에 있던 인물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마지막 단계다. 그런데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8시간 넘는 서증조사로 결심 공판이 지연되는 동안,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당 대표도, 대변인도, 지도부도 모두 ‘뒷짐’이다. 이 침묵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더 뻔뻔한 건, 이런 침묵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6일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완벽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날 당은 다른 현안에는 부지런히 논평을 쏟아냈다. 다만 윤석열이라는 이름 앞에서만 선택적 침묵을 택했다. 사법 절차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장동혁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그 ‘잘못된 수단’을 실행한 권력의 정점, 그리고 그에 대한 재판이 파행을 빚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과인가, 계산인가. 국민의 눈에는 후자가 훨씬 또렷하다.

 

더 기가 막힌 건 당의 실제 행보다. 쇄신을 말하면서 부정선거론을 퍼뜨려 온 인물을 윤리위원장 자리에 앉히고,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극우 유튜버의 입당에는 제동조차 걸지 않는다. “계엄은 잘못이었다”는 말과 “계엄 옹호 세력은 환영한다”는 행동이 한 당 안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이 정도면 모순이 아니라 기만에 가깝다.

 

국민의힘은 지금도 선택적 정의, 선택적 침묵의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선을 긋겠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그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당은 얼어붙는다. 장동혁 대표가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윤석열 재판 앞에서의 침묵은 그 모든 말을 공허한 수사로 만들 뿐이다.

 

국민은 더 이상 말에 속지 않는다. 사과는 기자회견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임은 침묵으로 면제되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 재판 앞에서 뒷짐 진 국민의힘, 그리고 그 침묵을 방조하는 장동혁 대표에게 국민은 이미 답을 내리고 있다. “말로는 사과, 행동으로는 공범”이라는 냉혹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