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대차 단속 마음에 안 들어”…‘고숙련 인력 이민 정책’ 부상

시사1 장현순·김기봉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 이민 단속 기조 속에서도 ‘고숙련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예외를 시사하면서, 미국의 이민·산업 정책이 내부적으로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대차 조지아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외국 기업 투자 유치와 자국 우선주의 사이에서 트럼프식 현실 인식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 공장에서 벌인 대규모 단속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 단속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첨단 제조업과 전략 산업에 필요한 외국 전문가까지 일괄적으로 단속하는 방식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외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과 생산시설을 세우려면 “일부 전문가들을 데려오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단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악관 내에서 강경 이민 노선을 설계해온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숙련 노동자 비자와 영주권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 산업 경쟁이라는 현실 앞에서 ‘선별적 유연성’을 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고숙련 인력이 기술 이전과 산업 육성에 기여한 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은, 이민을 ‘영구 정착’이 아닌 ‘전략적 활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이번 인식 변화는 미·중 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은 동맹국 기업의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고숙련 외국 인력을 잠재적 위협으로만 간주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투자 유치 경쟁에서 미국 스스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적 대우가 투자를 꺼리게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번 발언은 의미가 작지 않다. 조지아 현대차 공장 단속은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미국의 이민 단속 리스크를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최소한 고숙련 인력에 대해서는 정책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한미 간 산업 협력과 인력 이동 논의의 여지를 넓히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발언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단순한 국경 봉쇄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이라는 현실 앞에서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행정부 내 강경파와의 시각 차이가 어떻게 조율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의 이민 정책이 단속 중심의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전략 산업과 동맹국 협력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