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이후’ 베네수엘라…강경파 두 장관이 쥔 권력의 실체

시사1 박은미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권력 공백을 둘러싼 긴장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변수는 따로 있다. 내무·국방을 장악한 두 명의 강경파,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이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을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전략을 흔들 수 있는 ‘와일드카드’로 지목했다. 형식적 권력과 실제 권력이 분리된 베네수엘라 정치 구조에서, 이 두 장관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정국은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베요와 파드리노 장관은 단순한 각료가 아니다. 카베요 내무장관은 오토바이 민병대 등 친정권 무장 조직을 총괄하며 반정부 시위 진압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인물이다. 정권의 ‘행동대장’이자 마두로 체제의 실질적 2인자로 불린다. 해외 반체제 인사 납치·살해 사건 배후 의혹, 국영방송을 통한 대미 선동 발언 등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악명이 높다.

 

군을 장악한 파드리노 국방장관 역시 막강하다. 그는 군 내부의 마약 밀매, 불법 금광 채굴을 묵인하는 방식으로 군부 충성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 이념 성향이 강하고, 러시아 정보당국과의 밀접한 관계가 그의 권력 기반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장관 모두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돼 있으며,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인물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취약한 위상을 더욱 부각시킨다. WSJ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의 요구에 협조할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과 체제 전환을 동시에 노리는 상황에서, 로드리게스는 협상의 창구로 기능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카베요와 파드리노가 이를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전직 미 외교관들은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로드리게스를 즉각 축출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전략은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단 이들이 곧바로 정면 대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마두로 체포라는 전례가 남긴 충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군과 정권 지도부가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압도적 압박을 의식해 극도의 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향후 국면은 세 갈래로 압축된다. 로드리게스를 중심으로 한 제한적 체제 전환, 강경파의 재집권 시도, 혹은 내부 균열로 인한 장기 혼란이다. 어느 쪽이 현실화되든, 내무·국방을 쥔 두 장관의 선택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마두로 이후’ 베네수엘라는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총성과 시위가 아닌, 권력의 내부 이동이 향후 베네수엘라 정국을 좌우하는 조용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