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윤여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과 두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다시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절대적 존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 시기 훼손된 한중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명분은 타당하다. 단 대만해협의 안정을 언급하는 것조차 ‘덫’이라 규정하며 ‘침묵’만이 국익이라 주장하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 냉전 시절과 1992년 수교 당시의 ‘하나의 중국’은 외교적 타협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대만해협은 단순한 인접국의 영토 분쟁지가 아니다. 국내 해상 물동량의 30%가 통과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공급망의 핵심 동맥이다. 이곳의 현상이 무력으로 변경될 때 한국경제가 마주할 타격은 ‘제3국의 전쟁’이라는 안일한 표현으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범여권 진영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만 유사시 개입 거부’는 언뜻 평화주의적 결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영해와 해상로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대만해협의 평화는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궤를 같이하는 ‘안보의 불가분성’ 영역에 들어와 있다. 일본과 NATO, 심지어 유럽 국가들까지 대만 문제를 국제적 현안으로 다루는 것은 그들이 미국에 경도되어서가 아니라, 자국의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실리적 선택이다.
또 ‘중국의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비대칭적이다. 외교는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원칙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보편적 가치를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국가가, 북한의 도발 앞에서 국제 사회의 단호한 지지를 기대할 수 있겠나.
중국은 분명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다. 하지만 ‘전략적 모호성’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이제는 ‘전략적 명확성’을 바탕으로, 무엇이 대한민국의 레드라인이며 무엇이 우리의 생존권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때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과의 협력을 복원하는 자리가 돼야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의 보편적 질서와 해상 안보를 수호하는 주권 국가임을 천명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조용한 외교’만이 정답이라 믿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침묵이 우리 기업의 수출길과 서민의 에너지 주권을 보장해 주는가. 2026년의 외교는 ‘굴종’이 아닌 ‘실리’를, ‘회피’가 아닌 ‘직시’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