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정부가 올해 700조 원대 ‘슈퍼 예산’에 이어 적극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내년도 국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며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확정했다. 해당 지침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따라야 하는 기본 가이드라인이다. 지침을 마련한 기획예산처는 “적극 재정 기조를 유지해 국정 성과를 본격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운용 방향은 정권 교체 이후 크게 변화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조는 ‘확장 재정’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 예산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확대됐으며, 내년에는 800조 원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7년 재정지출 규모는 764조 원으로 제시됐지만, 최근 편성된 26조 원 규모 전쟁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면 기준 자체가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지출 규모(754조 원)에 5% 증가율을 적용할 경우 내년 예산은 약 792조 원에 달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추가 추경이 편성될 경우 지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현 시점에서는 적극적 재정 운용 방침을 밝힌 것이며 내년 예산 증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 확대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의무지출을 10%, 재량지출을 1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의무지출 감축 목표가 공식적으로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의무지출은 388조 원, 재량지출은 340조 원이다. 정부 목표가 달성될 경우 각각 39조 원과 51조 원 등 총 90조 원 규모의 재정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저성과·비효율 사업을 폐지하고, 한시 사업은 원칙적으로 종료하는 등 사업 수 자체도 10%가량 줄일 계획이다.
단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의무지출 감축 실적을 실제 예산 감소가 아닌 ‘당초 예상 대비 절감액’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하면서, 예산이 늘어도 감축 성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재정 절감 효과가 과장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 전환(GX) 등 성장 패러다임 전환 ▲지방 주도 성장 ▲양극화 완화 및 저출생 대응 ▲안전·평화 기반 구축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확장 재정과 구조조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 전략이 경기 대응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상충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