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남 중진들의 자성이 가벼워진 이유

시사1 박은미 기자 | 국민의힘 내부에서 영남 중진 의원들의 기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정권 초기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며 대통령실의 국정 기조를 적극 옹호하던 이들이, 여론 악화와 당 위기 국면 속에서 비판 기조로 선회하면서 정치적 이중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책임을 공유해야 할 위치에 있던 인사들이 위기 이후에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모습은 피할 수 없는 의문을 남긴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당 쇄신을 요구하며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대통령 측근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발언이 진정한 자성인지,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뒤따른다. 위기 국면이 도래하기 전까지 침묵하거나 국정 운영을 두둔했던 태도는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내부 직언이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핵심 인사들이 변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만시지탄이더라도 민심의 변화를 인식하고 당 쇄신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평가 역시 발언의 배경에 진정성이 존재할 때만 의미를 갖는다. 총선 등 정치 일정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생존 전략으로 비칠 경우, 쇄신 메시지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책임의 실질적 이행 여부다. 스스로 책임을 통감한다면 추상적 비판이나 원론적 쇄신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득권 포기와 구조적 변화 등 구체적 행동을 동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영남 중진들의 태도 변화는 또 하나의 정치적 회피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