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0월 초 국제사회의 시선을 사로잡은 역사적 선언이 일본에서 발생했다. 당시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대신이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두 정상은 과거 양국 관계를 돌아보며 현재의 우호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래의 바람직한 양국관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큰 틀에서 정치와 안보, 경제, 국제, 문화 교류 등 5개 분야의 협력 원칙이 소위 ‘DJ·오부치 선언’의 핵심이다. 이 선언은 오늘날 한일 관계의 기틀로 자리매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대신은 지난 23일 일본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특히 국제시장의 통상 흐름 변화와 북한·러시아 밀착 움직임 등 다방면에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양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이시바 총리는 “마음에 매우 든든하다”고 했다. 회담 후 두 정상이 분야별 협력의 구체적 방향을 담은 공동언론발표문도 채택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부분은 회담 후 결과를 공동 문서 형태로 도출한 점이다. 이는 약 17년만의 일이기도 하다. 또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DJ·오부치 선언의 재림’이란 평가도 뒤따른다. 실제 발표문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1998년 한일 정상의 미래지향적 협력 동력이 이재명 정부에서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으로 양국이 미래 협력 관계로 나아갈 기틀이 굳건해진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취임 2개월만에 양국간 셔틀외교를 조기 복원해서다. 정부는 이를 고리로 한미일 협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