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K컬처’란 이름 아래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 이면에서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영향력을 확장해 온 또 하나의 흐름이 있다. 바로 한국 문학, 즉 ‘K문학’의 세계화다. 과거 일부 문학상 수상 소식에 그치던 관심은 이제 주요 서점가에 한국 소설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로 일상화됐다. 무엇이 이 변화를 이끌었을까? K문학 세계화의 원동력은 특정 요인 하나가 아닌,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먼저 원동력은 단연코 한국 작가들의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서사에 있다. 한국 사회는 압축적인 근대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과 사회의 갈등, 인간 소외, 연대 의식 등 인류 보편의 주제를 치열하게 다뤄왔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국경과 문화를 넘어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정서인 ‘한(恨)’이나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심리 묘사는 서구 문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갔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이러한 매력이 주효했음을 입증한다.
다음은 정교하고 활발한 번역 시스템의 구축이다. 과거 한국 문학 번역은 소수의 헌신적인 번역가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문학번역원 등 관련 기관의 지원과 투자로 전문 번역가 양성 및 번역 품질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유수의 해외 출판사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강화됐다.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원작의 문학적 깊이와 뉘앙스를 현지 언어로 충실히 재현해 내는 ‘질적 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해외 독자들이 한국 문학 본연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물론 K문학의 세계화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비영어권 문학이 주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은 높으며, 번역의 질적·양적 격차 해소와 다양한 장르 문학의 균형 잡힌 해외 진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K-문학이 반짝 유행이 아닌, 견고한 토대 위에서 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K문학이 세계 문학의 지평을 어떻게 더욱 확장해 나갈지 기대와 관심으로 지켜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