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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 정부 지침, 문제있다

[시론] 법적 근거 없는 정부지침 위헌성 높아

 

 

지난 19일 한국노총이 9.15노사정 대타협 합의 파기를 발표하자, 노동계가 우려했던 대로 노동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 등 2대 정부 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이기권 노동부장관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개혁 실천을 위한 공정인사․취업규칙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은 일방 불이익 변경이라며 노동계가 줄곧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를 해온 사안이었다. 특히 사용자들에게 힘을 주는 지침이라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지침(안)을 가지고 작년 12월 이후 끊임없이 공식·비공식 협의 참여를 요청했고, 한국노총은 협의 자체를 계속 거부해 더 이상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지침은 법률적 근거도 없을 뿐 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개악시킨 것과 진배없기 때문에 한국노총으로서는 참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설령 참여를 했어도 양보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정부(안)만을 고집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일반적 견해이다. 

2대 행정지침 전격 발표는 불이익 변경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입장을 무시한 채, 노동계의 대표 격인 한국노총이 9.15노사정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한 정부의 보복행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2대 지침을 시행하게 되면 기업현장에서는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으로 근로자들은 고용이 안정되고, 기업에서는 정규직 채용은 늘리고 비정규직이 줄여, 질 좋은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반 해고에 대해서는 현저히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면 먼저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주고, 훈련 이후에도 개선이 없는 경우 배치전환 등으로 재도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해고회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무능력 개선이나 태도변화가 없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해고 등 근로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저히 업무능력 떨어진다는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이 뭔지, 해고회피 노력의 구체적인 기준이 뭔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바로 사용자들의 임의적 기준에 따라 평가할 수밖에 없는 확률이 높다는 얘기인 셈이다. 

한 예로 사용자들에게 찍힌 노조간부 등에게 근무평정을 잘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들에게 저성과자라고 낙인을 찍어 업무능력 개선이나 태도변화를 요구할 시, 이를 고분고분 따를 노조간부들은 없을 것이다. 이럴 때 노조간부들을 업무능력개선 불이행, 태도변화 없음 등 저성과자로 판명해 일반해고로 몰고 갈 확률이 높다. 바로 사용자들의 임의적 해석을 남발하게 함으로써 일반해고를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노동부가 예를 들었듯이 합리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예외적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토록 했다. 

하지만 공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부가 성과급 패널티 등을 통해 강제해 도입했다. 노사가 합리적 판단에 의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앞으로 기업에서 정상적인 노조라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찬성할리가 없을 것이다. 만약 노동자들의 불이익 변경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노사협의를 계속 거부한다고 사용자들이 취업규칙을 일방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법의 취지대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에는 이익 변경이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청취를 명시했고, 불이익 변경이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를 그대로 따르면 그만이다. 굳이 정부가 나서 사용자들에게 유리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내릴 필요성이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이 간다. 

그래서지난 22일 노동부(정부)가 발표한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노동자들을 옥죄기 위한 정부 지침으로 판단된다. 바로 2대 지침 철회를 주장하고 싶다. 

사용자들이 정부지침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일반해고하고 근로조건을 개악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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