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 기술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은 단순한 기업 제재 조치를 넘어선다. 이는 AI 시대 국가 안보의 통제권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다.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갈등 끝에 내려진 이번 결정은 “안보는 기업 약관이 아니라 국가 전략에 의해 규정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미 국방부는 AI 모델을 향후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제한 없이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앤트로픽은 자국민 대규모 감시나 완전 자율무기 체계에는 자사 모델을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기술 윤리를 내세운 기업의 판단이 군사 전략의 경계를 설정하려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전쟁 수행과 국가 방위의 방향을 민간 기업의 서비스 약관이 좌우하도록 둘 수 없다는 것이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상업 기술이 아니다. 군사·정보·사이버 안보 전반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특히 기밀 시스템에서 핵심적으로 활용돼 온 AI 모델이라면 그 통제와 책임의 최종 주체는 분명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스스로 설정한 윤리 기준을 이유로 국가의 군사적 선택지를 제한한다면, 이는 기술 주권의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의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은 존중돼야 한다. 자율무기와 감시 기술의 남용은 국제사회에서도 논쟁적 사안이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은 헌법적 통제를 받는 국가 권력에 있다. 의회와 행정부, 사법부의 견제 속에서 안보 정책이 결정되는 구조와, 기업 이사회 내부 판단은 동일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AI 산업 생태계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다. 연방정부라는 최대 수요처를 잃는 기업의 부담은 작지 않다. 동시에 정부는 대체 기술 확보와 자국 내 AI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을 보다 확실히 통제 가능한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대, 기술 기업과 국가 권력의 경계 설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은 그 경계를 분명히 긋겠다는 선택이다. 안보 전략의 방향키는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쥐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환기한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가 통제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 시대의 안보 거버넌스는 더 치열한 논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