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황권(皇權) 강화를 위한 ‘중앙집권제’ 확립 <30>

제5절 절도사(節度使)들의 막강한 권한 축소 (08)

‘안사의 난(安史之亂)’ 후 당나라의 역대 황제들은 번진을 두려워했고 날로 강대해지는 그들을 억제할 힘도 방법도 없었다. 결국 번진의 할거정권이 형성되어 제각기 국정을 도모하고 서로 토벌을 감행하는 바람에 당나라는 곧 망하게 되었고, 결국 오대십국(五代十國)이란 혼란한 국면이 형성되었다.

오대(五代)시기의 각 왕조 역시 번진세력을 두려워했고 기껏해야 가끔 번진에 대한 제한적 타격을 가했을 뿐이었다. 오대의 마지막 왕조인 후주의 세종은 번진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었다. 양양(襄陽)절도사 안심기(安審琦)가 조정에 왔을 때 세종은 기뻐하여 친히 그의 숙소를 방문했고 깍듯이 대해 주었는데, 이는 그가 마음속으로 번진세력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후주의 향훈(向訓)이 허주(許州)절도사로 있을 때 허주의 백성들은 그의 많은 부정행위를 세종에게 고발했다. 그러나 그는 진상을 조사해 처벌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소한 사람을 향훈에게 넘겨 결국은 강물에 빠뜨려 죽게 했다.

이균은 노주절도사로 8년 동안 있었는데, 그는 독립왕국으로 자처하고 백성들을 압박하면서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질렀다. 그러나 세종은 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균이 노주에서 패권을 부르짖으며 마음대로 횡포를 저지르게 방치했다.

 

오대시기의 황제들 가운데서 특히 개국황제들은 모두 무장출신으로서 뛰어난 지혜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감하고 과단성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거나 나라를 부흥시킨 이는 없었다.

훌륭하다고 하는 후주의 세종도 중국통일의 포부를 갖고 있었으나 힘이 부족했고 3년 간 전쟁을 거쳐 천하맹장 조광윤 덕분에 회남지역과 거란의 일부 땅을 얻었을 뿐이다.

오대시기의 많은 황제들은 번진에 대해 방비하고 억제하거나 관용과 은혜를 베풀었지만 무엇 때문에 번진에 의해 멸망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것은 그들에게 송태조 조광윤처럼 신하와 백성들을 진심으로 대해주고 성심성의로 국가를 위하는 넓은 도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고 질박하며 꾸밈없는 조광윤의 정치기풍은 조정의 군신관계에서 구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경지대의 장군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진교병변으로 황제가 된 그는 각지 국경을 수비하고 있는 후주의 절도사들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 절도사들은 일정한 규모의 병력을 갖고 있었고, 장기간 변방에서 머물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하주(夏州)의 정난(定難)절도사 이이흥(李彛興), 치부주(治府州)의 영안(永安)절도사 절덕의(折德扆), 영무(靈武)의 영무절도사 풍계업(馮繼業) 등이다.

조광윤은 황제로 즉위한 후 그들을 제거하지 않고 여전히 관직을 세습케 하고 그들이 서북 변방을 지키게 했다.

조광윤은 절도사들에 대해 항상 예우를 갖춰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에 보답하려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추호도 이의 없이 새로 세워진 송조(宋朝)의 지배를 인정하고 국경을 지키는데 힘을 쏟았다.

언젠가 정난절도사 이이흥은 하주에서 경성에 명마 300필을 헌납했다. 이때 마침 한 보석공이 송태조에게 옥대(玉帶)를 선사했는데, 그는 하주의 사자를 접견했을 때 이 옥대를 이이흥에게 하사했다. 조광윤이 절도사에 대해 예우를 갖춰 대해 준 것은 여러 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진교병변 이후 조광윤의 뒤를 이어 얼마동안 전전도점검을 맡았던 모용연소와 마보군도지휘사였던 한영곤이 병권을 내놓고 산남서도(山南西道)와 성덕(成德) 절도사로 임명되었을 때, 조광윤은 광정전(廣政殿)에서 송별연을 베풀어 주었다. 이때부터 절도사들이 부임하러 갈 때마다 이러한 규모와 격을 갖추어서 광정전에서 송별연을 베풀었다.

그리고 절도사가 조정에 왔을 때는 경(卿), 감(監), 육조(六曹) 시랑(侍郞) 위에, 중서시랑(中書侍郞) 밑에 배열하도록 규정하여 지방의 집행관에 대해 깍듯한 예우를 갖춰주었다. 또 그들의 세력을 빌려 사방을 안정시켰다. 지방 번진들과의 군신관계를 매끄럽게 처리한 그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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