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진교병변(陳橋兵變)으로 황제에 즉위 <06>

제2절 무혈쿠데타 진교병변(陳橋兵變) (04)

금군 도압아(都押衙) 이처운(李處耘), 전전도우후(殿前都虞侯) 이한초(李漢超), 내전도우후(內殿都虞侯) 마인후(馬仁瑀) 등 금군의 맹장들은 공봉관(供奉官)으로 있는 조광윤의 아우 조광의(趙光義)와 함께 이러한 장병들의 의논을 듣고 군부의 책략가인 절도장서기(節度掌書記) 조보(趙普)를 찾아가서 상의해 보기로 했다. 이들이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많은 장령들이 떼를 지어 들어왔다. 장서기 조보가 짐짓 화를 내는 척 했다.

「황제 옹립의 획책은 막중한 일이네! 반드시 심사숙고해서 도모할 일이네. 당신들은 어떻게 함부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려 하는가?」
조보가 이어서 말했다.
「외적이 국경을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지 않으면 누가 물리치겠는가? 먼저 적을 물리친 다음 돌아와 다시 이 일을 논의하기로 합시다.」

그러자 여러 장병들이 이구동성으로 반대했다.
「현재 많은 정사(政事) 가운데서 가장 시급한 일은 경성에 가서 태위(太尉)를 황제로 책립하는 일입니다. 이번 출정을 조금 미루어도 적을 물리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태위께서 책립에 응하지 않는다면 군사들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을 굳건히 먹은 장병들을 보고 자신의 생각도 바로 그러했기에, 지난 반년동안 이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던 조보는 “드디어 천시(天時)가 도래했구나!” 하고 속으로 기뻐하면서 구체적으로 말했다.

「새 황제를 세우고 황제의 성(姓)을 바꾸는 것은 천명에 달려 있다고 하나 실은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오. 모용연소장군의 선발부대는 이미 황하를 건넜고 절도사들은 제각기 한 지역을 관리하고 있소. 경성(京城)은 나라의 중심이기 때문에 잘못해서 혼란에 빠지게 되면 외적이 깊이 침범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사방에도 변고가 생길 수 있소. 절대 약탈 같은 것을 못하도록 군사들을 엄격히 단속한다면 경성의 민심도 동요되지 않고 사방도 자연 조용할 것이오. 결코 하룻밤의 부귀영화를 꿈꾸지 마시오. 그러면 자손만대에 걸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오.」

오대시기의 50여 년 동안 성공한 정변이나 실패한 정변의 교훈에 비추어 그는 군사병변을 일으키려면 “무엇보다도 경성인 변경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방의 절도사들이 다 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태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군내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고 조광윤을 황제로 옹립하려는 의도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조광윤의 거절을 막기 위한 대책을 여러 무장들과 상의했다.

조광윤 참모 중의 핵심인물인 조보는 조광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조광윤은 근본적으로 권력을 빼앗을 생각이 없으며, 오로지 이번 출정의 군사책략에 대해서만 고심하고 있다. 사실 떠돌고 있는 소문들에 대해 조광윤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자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만일 군기를 엄격히 하지 않고 백성을 살육하는 행위가 발생한다면, 그는 결코 그것을 수락하지 않을 뿐더러 황제의 자리를 포기하고 필히 나서서 저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목적 달성은커녕 모든 것이 중도에서 엉망이 되고 무서운 결과로 끝이 날 것이다.

조보가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이번 군사병변을 획책하는 데는 그에게 우려되는 바가 있고 앞사람의 교훈이 있기 때문이었다.

후진의 석경당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석경당은 양광원(楊光遠)에게 명해 귀순하지 않는 천웅군절도사 범정광(范廷光)을 정벌하도록 명했다. 출정한 군사가 활주(滑州)에 당도했을 때 병사들이 양광원을 황제로 추대하려 했다. 이에 양광원이 대노했다.

「황제란 어디 당신네들 같은 사람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인가?」
그는 즉시 명령을 내려 저지시킴으로써, 병변사태는 불발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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