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은 민주주의에서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은 견제 세력이라기보다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한 정치 집단에 가깝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공천 갈등과 공개 충돌만 반복되는 현실은 ‘최악의 야당’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게 만든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공적 책임감의 부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9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정책 논의의 장이 아니라 경쟁 후보를 공개 공격하는 자리로 변질된 장면은 상징적이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조차 내부 비난과 자리 이탈, 고성이 이어지는 모습은 국민에게 정치 혐오만 안겼다. 여당을 비판하기는커녕 스스로 당의 신뢰를 무너뜨린 셈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천 과정 역시 혼란 그 자체다. 기준은 불투명하고, 절차는 흔들리며, 결정은 번복된다. 추가 공모 논란과 지도부 인사의 경선 참여 문제는 ‘룰이 있는 정당’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공천은 선거 경쟁력 이전에 정당의 존재 이유를 흔든다.
더 큰 문제는 정책 부재다. 경제, 민생, 외교 등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 내놓는 대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 실정에 대한 체계적 비판이나 구체적 정책 제안 대신 인물 갈등과 계파 논쟁이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1야당이 정쟁의 중심이 될수록 국민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정치의 질은 낮아진다.
야당의 무능은 곧 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진다. 강한 여당만큼이나 책임 있는 야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대안 세력’이라는 기본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신뢰를 잃어버린 야당은 정권을 견제할 힘도,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가질 수 없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위기를 느낀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계파 경쟁을 멈추고 공천 원칙을 바로 세우며 정책 정당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내부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지금처럼 혼란과 분열을 반복한다면 ‘최악의 야당’이라는 평가는 비판이 아니라 현실로 굳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