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하청노조 407곳 교섭 요구

시사1 김아름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첫날부터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시행 하루 만에 400여 개 하청노조가 교섭에 나서며 산업 현장의 노사 지형 변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11일 “개정 노조법 시행 첫날인 전날 오후 8시 기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현황을 집계한 결과,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조합원 8만1천600명)가 221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섭 요구 사실을 법적 절차에 따라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곳으로 전체의 2.3%에 그쳤다.

 

노조별로는 민주노총 소속 하청노조가 357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속노조 산하 하청노조 36곳(조합원 9천700명)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한국지엠 등 16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건설산업연맹 역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원청 90곳을 대상으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이 밖에도 은행권 콜센터, 대학 청소노동자, 지방자치단체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업체, 백화점·면세점, 택배, 우정사업본부 등 다양한 업종의 하청노조가 교섭 신청에 참여했다.

 

한국노총 소속 하청노조 42곳도 포스코, 쿠팡CLS,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9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미가맹 노조 역시 서울시와 경기도, 한국공항공사 관련 조합원 5천100명이 교섭 요구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위원회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신청도 31건 접수됐다. 노동위는 근로조건 차이와 고용형태, 기존 교섭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상황을 제도 정착의 초기 단계로 평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는 것은 교섭을 거부하지 않고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상생 교섭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한 유권해석 요청이 있을 경우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통해 판단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임금 문제 역시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는 근거가 있을 경우 단체교섭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교섭 요구 공고와 교섭단위 분리 등 법적 절차에 따른 상생 교섭이 시작된 만큼 정부도 개정 노조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교섭 성사 여부가 향후 산업 현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