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AI 협력의 필요성과 국가적 전략 마련

이재명 대통령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접견하고 한·일 간 인공지능(AI) 협력 강화를 요청한 것은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평가할 일하다. AI 기술은 이제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으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략적 파트너십과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은 일본·미국·유럽을 연결해 온 세계적 기술 투자자로, 글로벌 AI 분야의 동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읽어왔다. 그가 “초AI(ASI)가 임박한 기술”이라며 새로운 기술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은 가볍게 들을 문제가 아니다. AI가 산업 구조와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이 아닌 국가가 기술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AI 기본사회’ 구상은 이러한 필요성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AI를 일부 기업이나 특정 산업이 독점하는 기술이 아닌, 상·하수도처럼 국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반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기초가 된다. 단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술 인프라 확충, 데이터 접근성 제고, 규제 정비, 인재 육성 등 다층적인 정책 패키지가 뒤따라야 한다.

 

한·일 협력 역시 현실적 이점이 크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AI 응용 기술과 ICT 인프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양국의 기술 자산을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손 회장이 가교 역할을 맡는다면 협력의 속도와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AI는 이미 국가 간 격차를 단숨에 벌리는 신기술이자 새로운 권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손정의 회장과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부는 선언적 메시지에 그치지 말고, 세계 3대 AI 강국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 주권을 강화하고 미래사회 대비 체계를 갖추는 게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중대 과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