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촉의 정치집단 내부에는 북방 중원의 신흥 조씨왕조(趙氏王朝)에 대한 태도에서 의견이 상충되었다.
하나는 재상 이호(李昊)를 대표로 하는 무리로서 송나라에 조공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후촉의 지위를 보존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밀사 왕소원(王昭遠)을 중심으로 하는 무리는 그것을 단호히 반대했다.
후촉의 산남(山南)절도사부 판관 장정위(張廷偉)가 왕소원에게 말했다.
「왕공께서는 추밀사에 오르셨으니 큰 업적을 쌓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자를 북한에 보내 군사를 남하시키도록 합시다.
나는 황화(黃花)와 자오곡(子午谷)에서 출병해 대응할 것이오. 그러면 중원은 안팎으로 공격을 당하게 되고 관우(關右)지역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왕소원은 관중 이동의 땅을 욕심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송군과 한판 붙으려 했다.
남의 밑에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후촉왕 맹창도 재상 이호의 말을 듣지 않고 무력으로 송나라에 저항하기 위해 협곡(峽谷)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수군을 증강하는 등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맹창은 송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추밀원대정관 손우(孫遇), 흥주군교 조언도(趙彦韜)와 양견(楊蠲) 등을 파견해 밀서를 갖고 북한왕을 알현하도록 명했다.
밀서는 후촉이 이미 포(褒), 한(漢) 두 지역에서 증병을 하고 있으니 북한에서 파병해 황하를 건너 합류한 다음 함께 송나라를 공격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맹창은 처음부터 오산했다. 손우 등 일행은 북한으로 가지 않고 곧장 변경(汴京)으로 가서 밀서를 송태조에게 넘겼던 것이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조광윤은 후촉의 밀서 내용을 보고 뜻밖의 기쁨에 흥분되어 소리쳤다.
「후촉을 정벌할 명분이 생겼구려!」
이리하여 후촉을 정벌하는 전쟁이 개시되었다. 후촉이 파견한 사자가 송나라에 투항함으로써 조광윤의 간책(間策)병법이 다시 사용처가 생기게 되었다.
간책이란 간계(間計)이다. ‘간(間)’이란 분열시키는 것이다.
이 병법에 대해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측의 정보를 얻으려고 파견한 적의 스파이는 반드시 수색해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거금으로 매수하고 방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逆)스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후촉에서 온 사자에 대해 조광윤은 예우를 다해 환대했고 적절하게 안배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진술한 후촉의 산세, 하천, 국경 수비처, 도로 상황 등에 의존해 상세한 군사지도를 제작했다.
964년(태조5) 11월 초에 이르러 송태조 조광윤은 후촉을 정벌하기 위한 대군의 진용을 모두 갖추었다.
충무(忠武)절도사 왕전빈을 주장(主將)으로, 무신절도사 최언진을 부장(副將)으로, 추밀부사 왕인섬을 도감으로 임명해 송나라의 북로군(北路軍)으로 편성했다.
조광윤은 또 강녕(江寧)절도사 유광의를 주장으로, 내무사(內務使) 조빈을 도감으로 임명하여 동로군(東路軍)으로 편성했다. 후주시절의 조광윤과 닮은 풍모를 지닌 조빈은 군중에서 명망이 아주 높았다.
조광윤은 파병 전에 작전의도를 보다 철저하게 수행토록하기 위해 출정장군들에게 연회를 베풀고 세 가지 사항을 지시했다.
첫째, 후촉의 많은 장수가 북방사람인 점을 감안해 후촉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해 후촉장수 가운데 대군을 인도할 수 있는 자, 군량을 공급하는 자, 장병을 이끌고 귀순하는 자, 성과 함께 투항하는 자가 있으면 장려한다.
둘째, 송군이 가는 곳의 민가에 불 지르거나 백성을 구타하고 약탈하거나 분묘를 파헤치거나 산(山)뽕나무를 베거나 하지 말아야 하며 위반하는 자는 군법으로 다스린다.
셋째, 이번 정벌의 목적은 땅을 수복하는 것이다. 성과 마을을 공략하면 병기, 군량, 마초만 몰수하고, 지폐, 비단 등은 군사들에게 나누어주되 얻고자 하는 것은 토지뿐이다. 후촉과의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후, 조광윤은 또 팔작사(八作司)에 명령을 내려 경성에 변수(汴水)와 임하고 있는 남쪽에 후촉왕 맹창을 위해 5백 칸짜리 저택을 짓도록 했다. 맹창이 항복하면 거기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전준비는 역사에서 보기 드문 것으로서 조광윤의 어질고 큰 도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후촉을 공격하는 이번 전쟁에 대해 송조정의 군신들은 필승의 신념으로 가득 찼다. 북로군의 주장 왕전빈은 조신들 앞에서 조광윤에게 말했다.
「우리 군대는 하늘의 위력에 의지하고 있고 신기묘책을 따르고 있으니 후촉은 곧 무너질 것입니다.」
하늘의 위력이란 송태조 조광윤의 필승불패의 군사적 기세를 말한다. 묘책이란 조광윤의 군사전략을 가리킨다.
용첩우상도지휘사 사연덕(史延德)도 홀가분한 어조로 말했다.
「후촉이 하늘에 있다면 몰라도 땅 위에 있는 한 우리 대군이 당도하는 즉시 평정될 것입니다.」
이는 결코 적을 경시하는 말이 아니라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절대 우세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기초 위에서 한 호언장담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