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 박은미 기자)남편이 없는 집에서 아내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 불륜을 저지른 내연남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37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9년 남성 A씨는 내연녀인 B씨의 동의 하에 세차례에 걸쳐 남편이 없는 집에 들어가 바람을 피웠다. 이에 A씨가 남편의 허락없이 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기소됐는데,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공동주거자인 내연녀 B씨의 승낙을 받아 들어간거라며,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관 13명 중 11명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부인이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다른 거주자의 부재 속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집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 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륜을 위한 목적이 부재중인 거주자 의사에 반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정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