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의 강은 건너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이 첫째 과제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권력은 필패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각인해야 한다. 사실과 진실에 기반하지 않는 말과 글은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세 번째 민주정부에서 반복된 언론개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22일 출범한 언론개혁정책 집단 <세움> 출범의 취지이다.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출범 세미나 ‘가짜뉴스와 민주주의’가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열렸다.
정준희 한양대 미디어학과 겸임교수의 진행으로 김춘효(매체학 박사) <세움> 연구위원이 ‘가짜뉴스의 동력학-중국혐오 담론을 중심으로’를, 박권일(언론학 박사) 사회비평가는 ‘탈진실시대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강택 <세움> 준비위원장이 ‘가짜뉴스 대응에 대한 <세움>의 제언’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했다.
김춘효 <세움>연구위원은 이날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이 가짜뉴스의 동역학을 분석하기 위해 매체 운영의 특징이 다른 9개의 매체를 분석해 발제를 했다.
그는 ”극우 매체인 스카이데일리는 종북 좌파 이데올로기 공격과 87년 민주 공화정 체제 부정을 위해 중국인을 담론의 희생양의 기표로 활용했다“며 ”세부적으로 80년 5월 광주를 제주 4.3 및 여순반란 사건과 연관시켜 역사 왜곡 프레임도 함께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 왜곡의 프레임은 ‘反민주당-反헌재 및 사법부-反선관위 담론’과 결합해 윤석열 내란 쿠데타를 지지하는 극우 담론을 만들어냈다“며 ”매체 간 연결 선동개념에선 스카이데일리의 담론들은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자들의 의견과 결합해 선동성을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그는 ”보도의 사실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보면 극우 매체는 사실 검증보다 주장에 근거해 추론하고 해석한 중국인 혐오 보도가 많았다“며 ”이와 대조적으로 주류 매체들은 정보의 취재원을 밝힌 검증 위주의 보도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는 극우 매체의 부정선거 유사 프레임을 2025년 2월 3일까지 활용했다“며 ”공영방송 MBC와 KBS는 극우 보도를 검증했고, 한겨레신문은 내란의 밤 이후 혐중 프레임을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종교론자를 설득할 수 없듯이 음모론자를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민주주의가 강해지고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마치 다 가치가 있는 것처럼 착시를 불러일으켜 집단지성, 대중지성 시대라는 말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똑같이 가치가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요즘처럼 전문가들의 지식이 굉장히 하찮게 취급 받고 있는 것이 요즘 트랜드“라며 ”이런 시대에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부분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는 권리의 평등이지, 의견의 평등이 아닌데 우리는 마치 의견의 평등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정보에 과도하게 접촉된 반면에 이질적인 다수에게는 과소하게 접촉되어 있다. 타자에 접촉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저는 부족하지만 겸손이라는 덕목을 같이 한번 고민해보고 이것을 민주주의 제도 내로 내부할 것인지를 같이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택 <세움> 준비위원장은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뉴스 형식을 차용해 만들어낸 허위 거짓 정보를 소위 가짜뉴스라고 부른다”며 “혐오표현은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므로 가짜뉴스와 친연성이 높다. 그래서 가짜뉴스는 허위조작 정보, 혐오표현, 기타 불법 정보의 총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의 딜레마로 ▲표현의 자유 위축 ▲판별의 모호성 ▲정치적 악용 등을 꼬집었다.
그는 가짜뉴스 방지 방안으로 ▲탐사보도와 미디어 비평 확장 ▲험오표현 강력 규제 ▲피해 배상 실질화(혐오의 수익화 저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건부 도입 검토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화두를 바꿔 언론개혁정책 집단 <세움>이 제안한 ▲방송통신 규제 기구 전면 재설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공영 언론 재원 모델 개선 ▲글로벌 규제 ▲국내 미디어 산업 진흥 ▲지역 언론 집중 지원 ▲언론 피해 구제 ▲언론 공공성 회복 ▲미디어 주권자 권익신장 ▲미디어 현장 노동 인권 보호 등 언론개혁 10대 과제를 밝혔다.
토론에 나선 김유향 북한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이 없고 형법상 무엇이 불법인지가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짜뉴스 전반, 혐오표현 전반을 규제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는 어렵고 불가능하다“며 ”불법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게 법제화라고 하더라도, 당장 미디어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혐오표현인지 사회적 합의 같은 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실이 이기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오늘 토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은 저절로 이기지 않는다. 진실이 이기려면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에 대해 형법적 대응에 그쳤던 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생태계의 구조혁신 과제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스카이데일리의 5.18 악의적 보도가 2년 간 239건에 달했다”며 “부정선거음모론과 중국간첩설을 제기한 매체이다. 여전히 우리 매체가 비평을 하고 있는데도, 너무 키워준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이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카이데일리 악의적 보도 형태를 보면 언론자율규제의 사망선고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이 매체는 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소비자의 피해구제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토론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복진선 <세움> 연구위원은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하면 대표적인 것이 선거제도에 대한 부정”이라며 “민주주의는 선거로 시작된 것인데, 선거가 잘못된다는 주장을 가지고 법원까지 가고 자기들을 지지하는 매체를 통해 확대재생산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방식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최상재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개혁정책 집단 <세움>의 출범에 대해 “전현직 언론인들과 노동운동가, 미디어 연구자 등을 포함해 1년 반 동안 많은 고민을 하고 언론개혁정책 집단 <세움>을 설립하게 됐다“며 ”50년 동안 세 번의 민주정부를 거쳤지만 언론개혁은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들은 자책감을 가지고 남은 힘들을 모아 열심히 언론개혁에 매진할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어 강성남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현실과 이론을 접목해 현실에 가까운 정책과 해결책을 고민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언론정책을 마련하고 실현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번 내란 친위쿠데타를 겪은 새로운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면 아무리 내란을 극복하고 민생을 회복하더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내란세력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그런 점에서 언론이 쓴소리를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