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2차 종전 협상 불발…‘시간 싸움’ 돌입

시사1 박은미 기자 | 미국과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에 실패하면서 양국이 본격적인 ‘시간 싸움’에 들어갔다. 서로가 상대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며 외교전과 경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쟁도 평화도 아닌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추진된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은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불발됐다.

 

미국은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파견을 공식 발표할 만큼 협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요구안에 대해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 핵심 사안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미국은 협상 대표단을 25일 협상지인 파키스탄으로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이란 측이 협상 의지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자 파견을 보류했다.

 

이후 파키스탄과 오만, 러시아 순방에 나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24일 파키스탄에 도착하면서 협상 재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란 내 의사결정을 장악한 강경파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면 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란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관련 ‘레드라인’을 담은 서면 메시지를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미국에 직접 연락하라”고 요구하며 사실상 원격 협상 방식을 제시했다.

 

결국 양측 모두 직접 대면보다는 ‘메시지 외교’로 전략을 전환한 셈이다. 이 같은 교착 국면은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에서 일정 부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통해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은 휴전 이후 이란 해안 전면 봉쇄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 미국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대치 상황 속에서 상대보다 더 오래 버티기를 바라며 평화도 전쟁도 아닌 어색한 교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란 내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현재의 상호 파괴적 교착 상태가 자국보다 미국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연구기관 부르스 앤 바자 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망겔리드 최고경영자는 NYT에 “이란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소 몇 주 동안은 트럼프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은 이란인들보다 트럼프에게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역시 이란 전쟁 관련 특별보고서를 통해 IRGC가 사실상 의사결정권을 장악하고 있어 종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서 미국 내 정치적 압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와 물가 급등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집권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오는 5월 1일이면 의회 승인 없이 미 대통령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60일’ 시한도 만료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조속한 사태 종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먼저 해제하지 않으면 협상장에 앉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약 3천만 배럴 규모의 여유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원유 저장 한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주간의 여유가 있는 상태다.

 

단 미국의 해상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출 차질은 물론 식량과 생필품 수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결국 협상 복귀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시간이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 모두 “시간은 내 편”이라는 인식 속에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제적 고통이 누적될수록 결국 승자 없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