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대에 선 美연준, 호르무즈 변수에 ‘흔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중동 정세 안정,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제시한 것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지정학적 변수에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화정책은 본래 물가와 고용이라는 내부 경제 지표를 중심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전쟁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금리 정책의 방향을 제약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이러한 ‘외부 변수 의존형 통화정책’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여부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군사·외교적 상황에 좌우된다. 다시 말해 연준이 아무리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하더라도, 정책 결정의 중요한 축이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금융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성급한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기도 어렵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완화 정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반대로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할 경우 고용과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연준은 ‘물가와 고용’이라는 전통적 목표 사이에서뿐 아니라 ‘경제와 지정학’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월러 이사가 언급한 노동시장 변화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민 감소로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면서 기존과 다른 고용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금리 정책뿐 아니라 성장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중함이다. 통화정책이 외부 충격에 휘둘릴수록 일관성과 신뢰가 더욱 중요해진다. 연준이 단기적 시장 기대에 끌려가기보다,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안정적 앵커’로서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