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한국경제 ‘비상’…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시사1 김기봉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한국 경제 회복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날(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하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새롭게 제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IMF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낮췄고,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1.8%에서 1.0%까지 대폭 하향 조정했다. 주요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면서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이 같은 경제 불안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국제 유가 상승은 제조 원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제품 가격 인상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동시에 소비자 물가 상승은 가계 실질소득 감소를 불러와 내수 위축까지 초래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 우려도 제기된다. 수출 회복세를 이끌던 반도체 산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외 악재가 경기 반등 흐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주 주요 경제 지표 발표와 국제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하는 G20 재무장관 회의와 IMF 춘계회의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대응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과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 유가 불안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외부 변수 앞에서 단기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당초 기대됐던 ‘상저하고’ 경기 회복 시나리오 역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