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신옥 기자 | 변기 모양을 한 건물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언뜻 들으면 농담 같지만,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는 실제로 거대한 변기 형상의 건물이 서 있다. 바로 세계 최초의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解憂齋)다. 처음 보는 사람은 웃음부터 나온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웃음이 멈춘다. 이 건물이 한 사람의 신념과 유언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해우(解憂)는 말 그대로 '근심을 푼다'는 뜻이다. 화장실을 단순한 생리적 공간이 아닌 삶의 안정을 주는 장소로 바라본 철학이 이름 안에 담겨 있다. 해우제 박물관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류의 배설 문화와 위생의 변천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해우재는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30년간 살던 자택을 허물고 화장실 변기 모양으로 새로 지어 수원시에 기증하며 탄생했다.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화장실 문화 개선에 헌신했던 그는 2007년 세계화장실협회(WTA)를 창립하며 위생 문제를 인류 공동의 과제로 끌어올렸다. 암 진단 이후 자택을 허물어 해우재를 짓고, 완공 후 수원시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이 그 뜻을 받들었고, 수원시는 2010년 해우재를 화장실 문화전시관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해우재는 현재 세계 최초의 화장실 테마공원이자 한국기록원 기네스북에 '최초·최대 변기 모양 조형물'로 등재되어 있다.
역사부터 체험까지, '똥'이 문화가 되는 공간
박물관 내부는 생각보다 유쾌하다.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로 가득하다.
1층에는 고대 로마의 화장실부터 조선 시대 임금이 사용하던 매화틀, 미래의 친환경 화장실까지 화장실의 변천사가 펼쳐진다. 세계 각국의 화장실 픽토그램, 변의 모양으로 건강을 진단하는 코너, 동물의 변을 소개하는 섹션까지 유머와 정보가 뒤섞인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황금똥 은행 — 미래와 함께하는 건강한 은행'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만큼 내용도 파격적이다. 똥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최신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배설물이 질병 치료에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똥 체크' 코너에서는 변의 색깔과 모양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부끄러운 것으로만 여겨온 '똥'이 생명을 살리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 그것이 이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다.
야외 공원에는 백제 시대 변기 모양 토기, 신라 시대 노둣돌, 고려 시대 변기 등 시대별 유물이 재현되어 있다. 제주도 통시(돗통시)와 똥 모양 조형물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다양한 조형물들은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주제를 유머로 풀어내며 관람객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곳에서는 ‘부끄러움’보다 ‘이해’와 ‘공감’이 먼저다.
길 건너편 해우재 문화센터에는 어린이 체험관, 똥 도서관, 체험 전시실, 세미나실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교육적 가치를 더한다. 4층 전망대에서는 변기 모양의 해우재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환경과 인권을 생각하는 메시지
해우제 박물관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직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기본적인 화장실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조명하며, 위생이 곧 인권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는 깨끗한 화장실이 당연한 일상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삶의 조건임을 보여준다.
도시 속 이색 문화 명소로 자리 잡다
이제 해우제 박물관은 수원을 대표하는 이색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교육과 체험을 동시에 원하는 관람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다소 낯설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깊이 있게 풀어낸 점이 이곳만의 강점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다. 해우제 박물관은 그 당연함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웃음으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나는 이 특별한 공간은, 일상 속 작은 요소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