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험지로 가겠다”는 이정현의 선택…정치권 나침반 되길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험지’에서 역할을 맡겠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개인 행보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마다 반복되는 ‘안전지대 경쟁’과는 결이 다른 선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정현 위원장은 “가장 힘든 곳,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역할을 하겠다”며 당의 요구가 있다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험지 출마는 늘 상징적 언어로 소비돼 왔지만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역 기반이 약한 곳일수록 후보 개인에게는 정치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천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인사가 스스로 어려운 선택을 언급한 것은 책임 정치의 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정당 정치의 건강성은 결국 경쟁의 범위에서 결정된다. 특정 지역에 기대는 정치 구조가 고착될수록 정책 경쟁은 약해지고 유권자의 선택 폭도 좁아진다. 이정현 위원장이 “지역에 기대거나 포기하는 정치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대목은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안고 온 지역주의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이정현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호남 정치인이다. 정치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을 가진 인물이 다시 험지를 언급했다는 점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설득력을 갖는다. 당 안팎에서 호남 등 열세 지역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선언만으로 정치가 바뀌지는 않는다. 험지 출마가 일회성 상징에 그친다면 오히려 정치 불신만 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행동과 그 이후의 정치 문화 변화다. 당 지도부 역시 개인의 결단에 기대기보다 구조적으로 경쟁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출발점은 분명하다. 위험을 피하지 않는 선택, 유불리를 넘어선 책임의식, 그리고 패배 가능성까지 감수하는 자세다. 이정현 위원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그 기본이 지금 정치에서 드물기 때문이다. 정치는 결국 어디에 서느냐의 문제다.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이 실제 실천으로 이어질 때, 정당 정치 역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