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임도 쇄신도 없는 국민의힘, 뭉칠래야 뭉칠 수 없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모습은 혼란스럽다. 당의 방향은 불분명하고 리더십은 흔들리며 쇄신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도부에서 들려오는 말은 성찰이나 책임이 아니라 “왜 나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느냐”는 불만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동혁 대표가 당내 비판을 향해 대표 중심 결집을 요구한 발언은 단순한 감정 표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당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경쟁하는 정치 조직이다. 내부 토론과 견제는 약점이 아니라 건강성의 증거다. 이를 ‘단결 부족’으로 규정하는 순간, 문제의 원인은 전략 실패나 리더십 한계가 아니라 구성원의 태도로 전가된다. 정치적 책임이 사라지는 지점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정부 시기의 실패와 논란에 대해 책임지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권 시기의 부정적 평가가 누적돼 있음에도 누구 하나 명확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같은 인물과 같은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친윤석열계와의 관계 정리 역시 미완 상태다. 과거와의 단절 없이 미래를 말하는 것은 유권자에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지지율 정체의 원인을 두고 ‘절윤 결의’나 노선 변화 탓을 하는 인식 역시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다. 유권자가 등을 돌린 이유가 노선의 급격한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변화 자체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먼저다. 책임 있는 평가 없이 지지층 결집만 강조한다면 이는 정치적 처방이 아니라 현실 회피에 가깝다.

 

최근 발표된 인재 영입 역시 같은 한계를 드러냈다. 회계사와 원전 엔지니어라는 이력은 전문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당이 어디로 가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인재 영입은 단순한 스펙 소개가 아니라 정당의 미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는 왜 지금 이 인물이어야 하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인지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지도부 리더십 논란과 계파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영입 발표는 쇄신 카드가 아니라 행사 하나를 추가한 수준에 머물렀다. 당의 노선과 메시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새로운 얼굴도 새로운 정치로 인식되지 않는다.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배지와 기념품이 아니라 비전과 실행 계획이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축적이다. 책임 없는 과거, 설득 없는 단결 요구, 방향 없는 인재 영입이 반복된다면 선거 전략 이전에 정당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단합은 명령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설득의 결과로 형성된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뭉치자’는 구호가 아니다. 과거에 대한 명확한 책임, 현재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다. 그 순서를 거꾸로 세운 채 외형적 결집만 요구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 이후 정치 일정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쇄신은 사람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방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직시해야 한다.